정부가 경유차의 배출가스 감축을 위해 칼을 꺼내들었다. 감축 방법을 정리하면 크게 7가지다. 순차적으로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질소산화물 인증 기준 시험을 일반도로에서도 적용하고, ②노후 경유차의 도심 진입 제한지역 확대 등으로 조기폐차를 유도하며, ③배기가스 결함시정명령이 떨어지면 해당 차종을 소유한 사람이 보증 기간 이내일 경우 이행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이다. 더불어 ④모든 노선 버스의 연료를 단계적으로 압축천연가스로 바꾸고, ⑤장기적으로 에너지가격의 조정에도 들어간다. 그리고 ⑥2020년까지 연간 신차 판매의 30%인 48만대를 EV,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의 친환경차로 대체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주유소의 25% 수준에 달하는 3,100기의 충전 인프라를 구축키로 했다. ⑦또한 극심한 고농도 미세먼지가 관측되면 자동차 부제를 시행키로 했다. 단, 부제를 도입할 때 서민 생계형 소형 경유차는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얘기하고 싶은 것은 이 가운데 정부가 표현하는대로 '획기적'인 내용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일반도로 주행 때 배출되는 질소산화물 측정 인증은 이미 2017년 9월 도입이 예정된 것이고, 노후 경유차의 조기폐차는 이미 수도권에서 시행되고 있다. 또한 노선버스의 천연가스 사용도 서울에서 적용 중이다. 굳이 의미를 두자면 지역 확대 정도에 불과하다.


[시론]실효성 떨어지는 경유차 대책

물론 새롭다고 볼 수 있는 조항도 있다.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예를 들어 배기가스 결함시정명령에 대한 이행의무 도입 취지는 좋으나 이들이 차지하는 배출가스 비중은 매우 낮고, 보증수리 기간이 지난 차에 대한 대책도 없다. 또한 친환경차 보급은 이미 지난해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당시 산자부는 2020년까지 친환경차 보급 100만대를 외쳤지만 8조원에 달하는 필요비용의 조달 방법은 막연하게(?)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보인 바 있다([시론]2020만대 중 100만대의 친환경차?). 친환경차 보급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비용과 부담 주체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의미다.

그나마 현실적인 방안은 노후 경유차의 조기폐차 및 자동차 부제 도입이다. 그 중에서도 부제 도입은 운행 제한이어서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노후경유차 조기폐차가 실현 가능한 대책으로 꼽힌다. 노후경유차의 도심 진입 지역을 확대하면 운행에 불편을 느끼게 되고, 해당 차종 소유자는 배출가스 저감 장치를 달거나 조기에 폐차를 한다는 얘기다.


[시론]실효성 떨어지는 경유차 대책

그런데 이처럼 다양한 방법과 대책이 과연 배출가스를 정부의 기대만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면 매우 회의적이다. 이른바 경유차의 사용 억제로 배출가스를 줄이는 쪽에 정책의 초점이 몰려 있어서다. 다시 말해 4만4,000대에 달하는 노선버스를 압축천연가스로 바꿔도 화물차 40만대가 내뿜는 배출가스는 그대로여서다. 게다가 LPG 등의 연료 사용 제한은 그대로 놔둔 채 경유 사용만 억제하는 것이어서 연료 형평성 논란도 여전히 남아 있다. 소비자 연료 선택권은 여전히 제한하면서 오로지 경유차 운행 억제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현명한 판단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동차업계에선 정부의 경유 억제 대책에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판단, SUV 및 RV 판촉에 더욱 나선다는 계획이다.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의 경유차 선호도를 꺾을 만한 대책이 아니어서다.

또 하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은 친환경차다. 정부는 2020년까지 연간 신차 판매의 30%인 48만대를 EV나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의 친환경차로 대체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주유소의 25% 수준에 달하는 3,100기의 충전 인프라를 구축키로 했다. 그러나 친환경차 보조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불과 3년6개월 사이에 그만큼 늘어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EV 보조금이 매년 줄어들고, 올해부터 ㎾h당 충전요금도 받고 있어서다. 그래서 2020년까지 확대될 친환경차의 대부분은 일반 하이브리드로 모아진다. 다시 말해 가솔린 하이브리드 확대로 친환경차 보급 목표 대수를 채운다는 얘기다. 하지만 가솔린 하이브리드는 여전히 선택할 제품이 많지 않은 게 단점이다. 특히 SUV 및 RV의 경우 제품이 한정적이다.

그렇다면 하이브리드를 대신해 늘려야 할 플러그인하이브리드나 EV는 어떨까? PHEV는 정부 보조금이 500만원 수준에 불과해 구입 장벽이 여전히 높고, EV는 충전기 3,100기를 설치해도 턱없이 모자른 수준이다. 실제 올해 제주도가 EV 4,000대 보급을 외쳤지만 뚜껑을 열자 보급대수는 2,000대에 그치고 있다. 충전 인프라가 비교적 많은 지역임에도 소비자 시선은 여전히 싸늘한 셈이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이 현실적 대안으로 EV 보조금을 플러그인하이브리드로 일부 건네는 방안을 건의하지만 오로지 정책 포장에만 관심을 가질 뿐 정책 당국에서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실 지금의 경유차 대책은 운행차 관리만 잘해도 성공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또한 이번 대책도 운행차 관리에 많은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운행되는 경유차의 정기검사 때 질소산화물을 측정할 수 없는 현실에는 대책이 없다. 규정에 없는 조항이어서 검사 장비가 없다는 궁핍한 변명은 감춘 채 이미 쏟아낸 대책이거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의미다. 그래서 현실을 직시하면 경유차 대책은 운행차 배출가스 검사 강화, 그리고 LPG 연료 사용 제한 폐지, 마지막으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의 보조금 확대 방안이 나왔어야 했다. 알면서도 모른 채 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몰라서 안 한 것인지 속내는 그들만이 알겠지만 말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