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나 대표 "공정무역은 '착한 일' 아냐…품질로 승부해야죠"
“솔직히 ‘공정무역’이란 말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수공예품 공정무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공기핸디크래프트의 윤하나 대표(38·사진)는 지난 1일 서울 합정동 매장에서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물건값 제때 제대로 주고, 노동 시간 잘 지키고, 어린이를 노동자로 착취하지 않아야 한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얘기”라며 “여기에 공정무역이란 용어가 붙는다는 게 사실은 서글픈 일”이라고 덧붙였다.

2014년 11월 창업한 공기핸디크래프트에선 자체 제작한 도자기와 방글라데시에서 만드는 ‘주뜨(황마의 일종)’ 공예품, 인도네시아에서 제작한 목재 및 석재 수공예품, 과테말라에서 마야 원주민들이 직접 짠 천 제품 등을 판매한다. 세 나라에서 수입해 온 제품들엔 각자의 브랜드가 있다. 방글라데시 제품엔 간다 지방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만든다는 것에 착안해 ‘엄마가 간다’, 인도네시아 제품엔 현지 대표의 이름을 따 ‘미스터 뿌뚜’, 과테말라 제품엔 ‘꿈꾸는 욜란다’란 브랜드를 붙였다.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의 자부심이 대단해요. 디자인은 우리가 해서 시제품을 보내면 거기에 맞춰 제작을 하는 형식인데, 서로 활발히 소통해요. 이건 봉사활동이 아니잖아요. 엄연히 동등한 사업 파트너로서 거래하는 것이죠.”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출신인 윤 대표는 원래 홍보업계에 약 10년간 몸담았다. 수공예품 공정무역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된 건 2006년 외국계 홍보회사에서 일하던 중 한 달 동안 휴가를 얻어 남미 여행을 하면서 현지에서 공예품을 만드는 사람들을 보면서부터였다. 그 후 2009년부터 약 1년간 네팔에서 굿네이버스 해외봉사 활동가로 일했다.

“홍보 회사에 8년 동안 다니고, 그 다음 2년은 프리랜서로 뛰었어요. 중간중간 비영리 단체와 작업하면서 해외 노동자들을 여러 번 만날 기회가 있었죠. 그게 지금 하는 일로 연결된 것 같습니다. 지금도 현지에 가서 생산자들과 직접 만나는 게 제일 좋아요.”

그는 한국의 공정무역 시장에 대해 “지나치게 이념화된 면이 있다”며 “공정무역의 당위성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실제 소비자는 외면되고, 품질과 가격 등 구체적인 사항을 놓치는 경우가 꽤 많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내 공정무역 대상 물품이 지나치게 커피에 몰려 있고, 조금 다양화됐다 해도 설탕이나 초콜릿, 바나나 등 식료품에 집중돼 있다”며 “시장을 좀 더 다양화하고, 현지 회사나 단체, 노동자들과 더욱 활발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무역 제품은 아무래도 다른 공산품들보다 비싼 건 사실입니다. 이젠 소비자들을 공정무역 시장으로 끌어오기 위해서 품질로 승부해야 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물건 가격과 품질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니까요. 공정무역을 뭔가 ‘착한 일’ 한다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아요. 공정무역 제품 생산자들의 역량 향상과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 말이죠.”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