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럭시S7 디자이너 3인방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디자인하는 조성훈 책임(왼쪽부터), 윤중삼 수석, 김광문 책임이 서울 우면동에 있는 삼성전자 연구개발(R&D) 캠퍼스에서 갤럭시S7과 패션 서적 등을 들고 웃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디자인하는 조성훈 책임(왼쪽부터), 윤중삼 수석, 김광문 책임이 서울 우면동에 있는 삼성전자 연구개발(R&D) 캠퍼스에서 갤럭시S7과 패션 서적 등을 들고 웃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스마트폰 디자이너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제품 겉모양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컬러(색상)와 소재를 결정하고 마감 처리를 하는 CMF(color, material, finishing) 디자이너도 있고, 벨소리와 알림음 등 소리를 만드는 사운드 디자이너도 있다. 삼성전자의 대표 스마트폰 갤럭시S7 시리즈도 이들 디자이너의 손길로 ‘형태’가 이뤄지고 ‘소리’와 ‘색’이 입혀져 탄생했다.

[人사이드 人터뷰] "스마트폰에 소리·컬러 입히며 '행복한 디자인' 꿈꾸죠"

지난해 문을 연 삼성전자 서울 연구개발(R&D) 캠퍼스(우면동)에서 스마트폰의 형태, 소리, 색을 고민하는 디자이너 세 명을 만났다. 윤중삼 수석(42·사운드 디자이너), 조성훈 책임(40·CMF 디자이너), 김광문 책임(39·제품 디자이너)이다.

“소리로 사람과 소통하고 싶어”

윤 수석은 갤럭시 스마트폰 기본 벨소리인 ‘오버 더 호라이즌’을 작곡한 국내 1세대 사운드 디자이너다.

오버 더 호라이즌은 전주만 들어도 “아~” 하는 감탄사가 나올 만큼 사용자에게 익숙한 벨소리다. 그는 “세계에서 매일 울린다는 게 뿌듯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담도 된다”며 “질리지 않도록 매년 새 제품이 나올 때마다 멜로디에 변화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수석은 국내 전자업계에서 ‘소리 디자인’ 영역을 개척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2004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휴대폰 등 모바일 기기뿐만 아니라 가전제품, 의료기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의 소리를 디자인했다. 그는 “세탁이 끝나면 ‘띠리링~’하는 소리만 듣고도 끝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게 우리 역할”이라고 말했다.

윤중삼 수석

윤중삼 수석

윤 수석은 중앙대 작곡과를 졸업했다.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커뮤니케이션) 석사 과정도 마쳤다. 그는 소리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터치하는 소리, 노트북 타이핑하는 소리 등 작은 것 하나도 허투루 듣지 않는다. 구두 앞굽으로 걷는 소리인지, 뒷굽으로 걷는 소리인지까지 구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스마트폰에는 벨소리뿐만 아니라 알림음, 통화 연결음, 카메라 셔터음 등 100여가지 소리가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윤 수석은 “스마트폰 알림음도 긍정의 소리가 있고, 부정의 소리가 있다”며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을 때는 긍정의 소리를, 제품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부정의 소리를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삼성전자 R&D캠퍼스에서 윤 수석이 일하는 공간은 사운드랩이라고 불린다. 일종의 스튜디오다. 서류보다는 악보가, 책상보다는 키보드가 자연스러운 공간이다. 그랜드피아노, 전자키보드, 드럼 등 각종 악기가 마련돼 있어 연주음을 녹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우 음성 등을 담을 수 있는 작은 부스도 마련돼 있다.

갤럭시S7에 들어간 강력한 록 버전의 오버 더 호라이즌은 스웨덴에서 녹음했다. 스웨덴 인기 밴드 더티룹스와 협업해 제작했기 때문이다.

윤 수석은 “유튜브에 관련 영상을 올렸는데 ‘삼성이 미쳤다’는 반응까지 나왔다”며 “이번 곡은 경쾌하고 젊은 이미지를 강조한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엣지 곡선 처리 쉽지 않았죠”

조성훈 책임

조성훈 책임

스마트폰의 형태를 디자인하는 김 책임과 컬러·소재를 찾는 조 책임은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다. 제품 형상에 맞는 소재를 찾아야 할 때도 있고, 반대로 소재에 따라 제품 모양이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갤럭시S7엣지를 개발하는 과정이 고난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상하좌우 네 개 면이 모두 휘어진 커브드 글라스를 적용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조 책임은 “유리가 깨지지 않으면서도 모든 방면으로 휘게 제작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색상을 넣기 위해 컬러 필름을 붙이는 과정은 더 힘들었다”며 “휘어진 모서리 부분이 뜨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적의 값을 찾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갤럭시S7에 방수 기능을 담을 때는 기구개발팀과 밤샘 작업을 했다. 갤럭시S5는 캡(뚜껑)을 씌우는 방식으로 방수 기능을 구현했지만 갤럭시S7에선 과감히 캡을 없애자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없던 새로운 기술이 필요했다. 김 책임은 “개발팀이 방수 실링 처리 기술을 개발해 충전단자 등 물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을 모두 완벽히 처리해 줬다”며 “개발팀의 도움으로 디자인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디자인으로 소비자에게 행복 줄 것”

김광문 책임

김광문 책임

조 책임과 김 책임은 각각 서울대와 한양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조 책임은 대우전자에서 김치냉장고 전자레인지 등 다양한 가전제품을 디자인한 경력이 있다. 삼성전자에는 2009년 입사했다. 그는 “제품을 디자인한 경험이 색상, 소재 디자인에도 많은 도움이 되다”고 말했다.

조 책임은 “컬러·소재 디자이너는 음식으로 따지면 요리사와 같은 역할”이라며 “다양한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요리하듯 알루미늄 유리 플라스틱 등 다양한 소재를 조화롭게 디자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책임은 2003년 삼성전자 공개채용으로 입사한 뒤 줄곧 휴대폰 디자인이란 한우물만 팠다. 그는 신문과 TV를 통해 매일 뉴스를 확인한다고 했다.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인문학 등 다양한 책도 열심히 본다. 미래를 떠올리며 ‘상상 스케치’도 자주 한다. 그는 “다양한 기기가 융복합되는 추세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편안한 디자인을 구현할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운드 디자이너인 윤 수석을 포함해 이들 세 명의 디자이너는 “소비자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윤 수석은 소리뿐만 아니라 촉각 후각 등 다양한 감각을 아우르는 디자이너가 되는 게 꿈이다. 그는 이를 “공감각적인 디자인”이라고 표현했다.

조 책임은 “사람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제품이 휴대폰”이라며 “소비자가 즐거워하고 기뻐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고 했다.

김 책임은 트렌드를 앞서가는 디자인을 꿈꾼다. 그는 “스마트폰의 멀티미디어 기능이 강화되고, 자동차와 가상현실(VR) 기기 등과 결합하면서 디자인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디자이너 되려면…소통 능력과 호기심 키워라

“사운드 디자이너라고 음악 전공자만 있는 건 아닙니다. 삼성전자에 사운드 디자이너가 저를 포함해 8명 있는데 그중에는 전자공학을 전공한 사람도 있고, 음향학이나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공부한 사람도 있습니다.”

윤중삼 수석은 “소리를 만드는 사람들도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경험은 소비자의 마음을 읽는 데 도움이 된다”며 “기본적으로 소리가 들어갈 제품을 충분히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용자가 제품을 쓰면서 경험할 즐거운 상황, 불편한 상황 등을 어떻게 소리와 연결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제품 디자이너인 김광문 책임 역시 소통 능력을 필수 요건으로 꼽았다. 김 책임은 “디자인 분야는 공채 시험을 볼 때 특정 주제를 주고 제품을 디자인해 보라고 한다”며 “이를 발표해야 하는데 프레젠테이션 점수가 매우 높기 때문에 소통 감각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해, 달, 별’이란 주제를 주고 “삼성전자가 제조하는 제품을 A3용지 3~6장으로 디자인하라”와 같은 시험문제가 나온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컬러·소재 디자이너인 조성훈 책임은 세상 모든 것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주문했다. 무엇이든 볼 때마다 ‘이게 어떤 소재로 구현됐을까’ ‘어떻게 이런 색을 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협업 능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책임은 “스마트폰 디자이너들은 혼자 작업하기보다는 개발자 등과 함께 디자인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동 작업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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