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폭스바겐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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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혜원 기자 ] "저도 할인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고객을 위해서도 할인 판매는 옳은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3일 부산 벡스코 부산국제모터쇼 현장에서 기자와 만난 토마스 쿨 폭스바겐 사장(사진)은 "수입차 시장의 경쟁이 점차 심화되면서 브랜드들이 경쟁적으로 더 많은 할인율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에 비해 폭스바겐은 할인을 많이 하는 브랜드가 아닐 뿐 더러 앞으로도 높은 할인율을 지속할 생각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쿨 사장과의 인터뷰는 모터쇼 현장에 마련된 폭스바겐 부스의 2층에서 약 40여분간 이어졌다. 쿨 사장은 1일부터 3일까지 사흘 간 40여개 매체와 13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진행했다. 디젤 배출가스 조작, 연비 조작 등의 부정적인 사건들이 잔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소 민감한 질문이 오갔지만 그는 침착한 모습이었다.

여론을 인지한 듯 쿨 사장은 "지난해 폭스바겐코리아는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며 "우리도 본사가 이같은 일을 벌였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는 말로 대화를 시작했다. 그의 말처럼 폭스바겐은 한국 시장 진출 이후 가장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현재 폭스바겐의 판매량은 점점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차량 소유주들을 중심으로 집단 소송도 진행 중이다.

할인을 지속하고 있음에도 지난달에는 전년 같은달 대비 판매량이 29.6% 급감했다. 이에 쿨 사장은 "수입자동차협회(KAIDA)에서는 단순 수치만 보여주기 때문에 세부적인 사항을 알기 어렵다"며 "차량 입고 지연으로 다른 달보다 출고가 미진한 부분이 있지만 대부분 모델의 판매량은 디젤 사태 이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좋은 성과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할인 정책을 지속할 생각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할인은 기존 고객이 구매한 차량의 잔존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좋지 않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좋은 가격으로 책정된 차량에 추가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식으로 판매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회사 입장에서 딜러사들의 할인을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디젤 이슈 이후 가속화되고 있는 영업사원들의 이탈에 대한 생각도 물었다. 쿨 사장은 갑자기 "결혼을 했나"라고 되물었다. "하지 않았다"는 대답에 그는 "사실 한국에서는 결혼을 하겠다고 영업 사원을 부모님께 데려가면 좋아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영업사원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못하다는 점이 그들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디젤 이슈 이후 이직율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폭스바겐 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에서 영업사원은 이탈이 잦다"며 "사회적인 인식이 영업사원들의 이탈에 영향을 미치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영업 전략 자체를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영업의 결과(판매량)로 인센티브를 받는 것보다는 고객 만족도에 따라 인센티브를 얻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을 한다"며 "고객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이커머스(e-Commerce) 등을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판매량 회복을 위한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펼쳤다. 약 85%의 비중으로 디젤 엔진에 편중된 라인업을 다양화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쿨 사장은 "디젤 사태 등으로 소비자들의 차량 구매 트렌드가 친환경 분야로 많이 이동했다"며 "가솔린,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전기차(EV) 등 파워트레인을 다양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도 추가한다. 그는 "조만간 추가적으로 4개의 SUV 모델 더 들여올 예정"이라며 "티구안보다 낮은 세그먼트의 차량과 티구안과 투아렉 사이의 몇 가지 모델을 한국 시장에 들여올 것"이라고 귀뜸했다.

부산=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