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인터파크가 효시

1996년 인터파크 설립으로 시작된 한국의 온라인 쇼핑이 20주년을 맞았다. 20년간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업계는 여전히 ‘춘추전국시대’다. 기존 온라인몰뿐 아니라 포털, 통신, 오프라인 유통업체도 온라인 쇼핑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미래 기업 경영은 적이 누구인지 모르고 싸우는 전쟁과 같을 것”이라고 한 영국 경영학자 찰스 핸디의 말처럼 온라인 쇼핑업계의 ‘적을 알 수 없는 무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는 53조9340억원이다. 전년 대비 19.1% 성장했다. 온라인 쇼핑 원년인 1996년 인터파크와 롯데닷컴 두 곳의 매출 합계가 약 5억원이던 것을 고려하면 20년 만에 10만배 성장했다. 한국 온라인 쇼핑은 1996년 6월1일 탄생했다. 오전 5시 인터파크 웹사이트가 처음 공개됐고, 6시간 후인 오전 11시에 롯데닷컴이 영업을 시작했다. 인터파크와 롯데닷컴의 거래 규모는 작았지만 기업들의 이목을 끌기엔 충분했다. 이듬해 삼성몰, e현대, 신세계닷컴 등이 문을 열었다. 1998년 말 온라인 쇼핑몰 수는 300여개까지 늘었다.

온라인 쇼핑이 급성장한 것은 판매자들이 자유롭게 상품을 판매하는 ‘오픈마켓’이 등장하면서부터다. 2000년대 중반 G마켓과 옥션, 11번가 등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2010년부터는 모바일 커머스 경쟁이 시작됐다. 티몬, 쿠팡,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업체가 잇따라 생겼다.

온라인 쇼핑업계에서는 3~5년 안에 온라인 쇼핑 거래 규모가 100조원대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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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서비스로 경쟁 치열

다양한 회사가 온라인 쇼핑에 관심을 가지면서 경쟁 구도는 과거보다 복잡해졌다. 간편결제와 물류 등 쇼핑의 편의성을 높이는 ‘서비스 경쟁’이 중요해지면서 관련 분야에 강점을 가진 회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네이버와 SK텔레콤은 간편결제 서비스를 앞세워 쇼핑 부문을 키우고 있다. 스토어팜에는 ‘네이버페이’가 연동돼 있다. 네이버페이는 미리 일정 금액을 결제해 두면 물건을 구매할 때 몇 번의 클릭만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간편결제 서비스다. 작년 6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누적 결제액 1조8400억원을 돌파했다. 11번가는 SK플래닛의 시럽페이를 활용하고 있다.

배송 경쟁도 치열하다.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의 ‘로켓배송’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쿠팡은 2014년 자체 배송시스템인 로켓배송을 도입했다.

오프라인 유통 강자들은 첨단 물류센터 확보에 나섰다. 이마트는 경기 김포시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지었다. 하루 최대 2만건을 배송할 수 있는 시설로 5만개의 상품이 이곳에서 포장돼 당일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쇼핑 국경도 사라지고 있다. 해외 직접구매를 통해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한국에 진출하지 않은 아마존도 국내 온라인몰의 직접적인 경쟁자로 떠올랐다. 중국 알리바바는 동남아시아 최대 온라인 유통기업 라자다를 인수하며 아시아 온라인 쇼핑 시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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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형태도 다양하게 변했다

인터넷 쇼핑몰은 ‘구멍가게’ 수준에 불과했다. 10여개 업체가 입점한 게 고작이었다. 주로 정보기술(IT)업계 종사자의 거래처 역할을 했다. 연구원이나 전자매장 직원들이 PC나 노트북 부품을 사고 팔았다. 디지털 카메라가 변화를 몰고 왔다. 누구나 쉽게 팔려는 물건의 실물 사진을 인터넷에 올릴 수 있게 되면서 온라인 쇼핑몰 형태도 다양해졌다.

옥션과 G마켓을 비롯한 오픈마켓이 전자상거래를 주도했다. 판매자와 구매자의 구분도 사라졌다. 실물을 보지 않고도 살 수 있는 공연 티켓에 국한됐던 전자상거래 품목이 늘어났다.

온라인 쇼핑의 또 다른 혁신을 불러온 것은 스마트폰이었다. 2010년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면서 모바일이 쇼핑의 중심이 돼 갔다. PC 앞에 앉아 있을 때만 쇼핑하던 형태에서 벗어나 언제 어디서나 쇼핑을 할 수 있게 됐다.

정인설/강진규 한국경제신문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