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배우 박종환이  1일 서울 중구 중림동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배우 박종환이 1일 서울 중구 중림동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배우 박종환의 연기가 유독 살갗에 가깝게 닿는 듯이 느껴졌다면, 착각이 아닐 것이다. 영화 ‘양치기들'(감독 김진황)에서 주인공 완주를 맡은 그의 연기는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일등 공신이다. 그의 연기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관객들은 어느새 ‘거짓말’이라는 큰 테마 아래 살아내야 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놈의 돈이 뭔지, 좀 억울해도 애인 대행을 해줘야 한다거나, 실마리를 찾으려 애써도 자꾸만 좌절하게 되는 ‘그의 현실’에 끄덕이게 되는 것이다. 영화가 보편타당성을 띄면서도 지극히 개인적인 공감이 되어 다가올 수 있는 것은 배우의 능력이다. 그는 이토록 절묘한 연기의 단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10. ‘양치기들’ 속 완주의 캐릭터를 어떻게 구축해나갔나.
박종환: 애초부터 ‘어떤 정확한 비전을 갖고 이렇게 표현해내겠다’라는 의도가 없었다. 결국은 완주도 연속적으로 억울한 상황을 겪는 피해자다. 연극을 하고 싶다는 꿈은 꾸는데 오디션 때 다른 사람에게 밀려나게 되고, 역할 대행 일도 만족스럽지 않은 삶을 산다. 그가 겪는 상황에 따라 완주를 만들어나갔다.

10. ‘검사외전’에서는 사건의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하는 역할이었는데, ‘양치기들’에서는 실마리를 찾아가게 된다. 연기를 함에 있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박종환: 분명 있다. 찾아가는 역인 완주는 능동적이다 보니까 좀 더 열정적으로 표현했던 것 같다. ‘검사외전’의 이진석은 수동적이다. 완주는 질문도 많이 하지 않나. 이진석은 질문을 듣고 답을 한다. ‘궁금해 하는 사람’과 ‘궁금해 하지 않는 사람’의 차이다.

10. 완주의 무엇을 가장 잘 표현하고 싶었나.
박종환: 인간적인 것. 인간은 누구나 잘못도 하고 실수도 할 수 있지만, 완주는 그 잘못에 대한 자책이나 후회를 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될 것 같았다. 자책감을 겉으로만 표현하고 멈춘다면 용서받지 못할 인물이 될 것 같았다.

배우 박종환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배우 박종환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다른 배우들과 연기 호흡은 어땠나.
박종환: 촬영 기간은 길었지만 회차 일정은 빠듯해서 합이 잘 맞는지, 안 맞는지 느낄 겨를조차 없었다. 상대 배우를 평가할 만큼의 위치도 아니다. 그래서 감독만 믿고, ‘나만 잘하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다. 말하다 보니 전체 대본 리딩을 할 때가 생각이 난다. 긴 테이블에 상석이 감독과 나, 두 자리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모든 배우들이 나만 보고 대사를 했다. 부담스럽게 느껴져서 대본만 보고 리딩을 했다. 그랬더니 쉬는 시간에 김 감독이 내 대본에 농담으로 20점이라고 썼다. 물론 100점 만점에다. (웃음) 김 감독은 “현장에서는 더 잘할 것을 아니까 걱정 안 한다”라고 말했고 그때 ‘나만 잘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든 거다.

10. 현장 분위기는 어땠을지 궁금하다.
박종환: 유기체 같았다. ‘우리는 이런 영화를 찍을 거다’라는 분위기가 아니라 촬영 감독부터 시작해서 스태프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배우가 하는 것을 믿고 따라가겠다는 분위기였다.

10. ‘양치기들’은 사운드나 액션을 절제하고 인물과 감정 위주로 흐름을 이끈 것이 돋보인다. 그렇게 감정을 표출해감에 있어서 긴장감이 드는 순간이 있었나.
박종환: 고석태 교수를 맡은 김종수 선배와 만나는 두 번의 장면이 그랬다. 첫 번째는 영화 초반에 나오는 주차장 신, 두 번째는 교수의 방에서 만나는 신이다. 주차장 신을 리허설 할 때부터 나 자신도 어떤 감정이 나올지 몰랐고, 김종수 선배도 일단 들어가 보자고 해서 촬영에 들어갔다. 선배가 먼저 한 대사를 따라가면서 나도 모르게 욕을 하면서 ‘안해!’라는 외침이 불쑥 불쑥 튀어나왔다. 그런데 현장에서 선배가 놀랬다. 나는 또 선배가 놀래는 거에 놀랬다. (웃음) 그 상태에서 무언가가 더 나올 수도 있었지만 나는 걸어가면서 퇴장했다. 교수의 방에서도 감정이 격렬했다. 또 막상 영화를 보니까 ‘아 이 감정선이 이렇게 나왔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새롭게 느껴졌다. 나도 그렇게 밀도있게 표현될지 몰랐다. 약간 뭐에 홀려서 연기를 했던 것 같다.

10. 기억에 남는 촬영 에피소드가 있다면.
박종환: 액션 신이 기억에 남는다. 전체 촬영 중 그 날이 제일 추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2, 3회차 쯤으로 초반이었을 거다. 얼굴 쪽을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코를 맞아 NG가 났다. 그런데 또 맞았다. (웃음) 카메라를 등진 상태에서 얼굴을 강타하는 장면이라, 거리감을 조절하지 못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10.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떤 매력이 있었나.
박종환: 이 영화가 어떤 장르로 정확히 떨어지지 않는 것, ‘장르성’에서 자유롭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어떻게 범인을 밝히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보는 이에 따라 보여지는 바도 다르고 느끼는 바도 다르다는 것에 끌렸다.

10. 시나리오를 선택하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는 것인가.
박종환: 기존에 봤던 시나리오나 영화들과의 차별성이 있느냐가 기준이다. 시선이 많이 다르다든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소재를 다룬다든지, 어디서 봤던 것 같은 느낌이 안 드는 구성 등. 아주 개인적인 것들이다.

10. ‘아주 개인적인 것’에 대해 좀 더 설명한다면.
박종환: 개개인에 관한 것이다. 바로 내 옆의 사람이 겪는, 혹은 겪을 만한 일이나 감독이 직감적으로 느낀 일련의 사건들, 감정들이다. 동성애자들의 이야기처럼 정체성이 반영된 영화들을 예시로 들 수 있다. 그런 시나리오들을 보면 연출자가 어떤 것을 겪었는지 먼저 궁금해지고, 왜 그런 이야기가 하고 싶은지 궁금해지고, 그래서 영화를 시작하게 된다.

⇒ 인터뷰②에서 계속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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