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군에 있는 한 장미농장은 2013년 매출이 연 7000만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매출은 19억원으로 27배나 뛰었다. 이 농장을 2014년 인수한 만나씨이에이라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첨단 정보기술(IT)을 적용해 생산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만나씨이에이처럼 혁신의 불모지라 여겨지던 농업·축산업·어업 등 1차 산업에 뛰어드는 스타트업이 급증하고 있다. 농업에 IT를 결합한 ‘애그리테크(agri-tech)’로 생산성 혁신을 꾀하고 있다.
[한경 스타트업 리포트] 스타트업 만난 장미농장, 2년새 27배 '장밋빛 성장'
○빅데이터 활용해 출하량 조절

[한경 스타트업 리포트] 스타트업 만난 장미농장, 2년새 27배 '장밋빛 성장'
애그리테크 분야의 스타트업이 주력하고 있는 것은 이른바 ‘스마트팜(smart farm)’ 기술이다. 기존 농장에 센서를 부착하고 여기서 나오는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농장’을 ‘공장’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만나씨이에이는 충북 진천에서 1만㎡ 규모의 수경재배 농장을 운영하면서 센서를 이용해 온도와 습도, 빛의 양, 이산화탄소 농도 등 재배 여건을 조절했다. 생산성은 2년도 안 돼 40배나 늘었다. 전병걸 만나씨이에이 대표는 “IT를 활용해 감에만 의존하던 농작물 재배 환경을 최적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팜패스는 농장 경영지원 소프트웨어인 ‘애그리시스’를 개발했다. 장유섭 팜패스 대표는 “예를 들어 지난 5년간 휴가철을 앞두고 상추 수요가 4~5배 뛰었다는 데이터가 있다면 휴가철 직전에 ‘재배량을 늘려야 한다’고 알려준다”고 말했다.

유비엔은 클라우드를 이용해 여러 개 온실을 개별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팜 시스템 ‘팜링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안은기 유비엔 대표는 “팜패스는 중앙집중형이 아닌 분산처리 방식을 채택해 주 제어기가 고장 나도 다른 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직거래로 중간 마진 줄였다

애그리테크는 농장의 생산 혁신에만 그치지 않는다. 유통 구조를 바꾸기 위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농가에서 소매상까지 복잡하게 이어져 있는 유통구조를 단순화해 농산물 가격을 낮추고자 하는 것이다.

육류 직거래 서비스 ‘미트박스’는 축산협동조합 또는 수입업자가 소비자와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한 플랫폼이다. 미트박스를 운영하는 글로벌네트웍스의 김기봉 대표는 “중간거래상을 통하지 않아 유통마진을 기존 대비 20~30%가량 낮췄다”며 “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작은 가격 차이에도 민감한 자영업자들에게 유용한 서비스”라고 말했다. 2014년 말 서비스를 시작해 최근 들어서는 하루 거래 규모 1억원, 한 달 기준 거래량 2만상자(한 상자는 약 20㎏)를 돌파했다는 설명이다.

‘농사펀드’는 농산물 거래에 크라우드펀딩을 접목한 서비스다.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이 펀드 투자 대상이다. 이용자는 마음에 드는 상품에 투자하고 나중에 배당으로 농산물을 받는다. 이용자에게는 중간거래상이 없어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다. 박종범 농사펀드 대표는 “소비자들이 재배과정을 쭉 지켜볼 수 있어 믿고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최근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애그리테크 스타트업 투자가 활발하다”며 “과거 농업은 혁신과 거리가 먼 분야로 취급받았지만 온실효과 등으로 지구 식량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등장하며 주목받는 분야가 됐다”고 말했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