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 1차 시한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가 제도 확대 추진에 연일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전체 직원의 70%인 약 12만명으로 성과연봉제 적용을 넓힌다는 구상 하에 각종 당근과 채찍을 동원해 각 기관에 도입을 독려하고 있다.

정부 역점 과제인 노동개혁과 맞물려 성과연봉제 도입에는 더욱 드라이브가 걸리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노조 동의 없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이뤄지고 있다며 소송 불사 방침을 밝히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향후 혼란이 예상된다.

◇ 적용대상 12만명…'임금동결·성과급 감액' 페널티로 도입 압박

정부는 연차에 따라 저절로 월급이 오르는 연공서열제로는 공공기관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1월 확정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은 간부직 직원에게만 적용되던 성과연봉제를 일반 직원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2010년 6월 1∼2급 공공기관 간부직에 처음 도입된 제도를 최하위직급을 제외한 4급 이상 비간부직까지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또 기본연봉 차등 폭도 커졌다.

기존 성과연봉제에서는 최고·최저 성과자간의 기본연봉 인상률 차이가 2%포인트(±1%포인트)였지만 권고안에서는 기관별로 노조 협의에 따라 1∼3급 직원에 대해 인상률이 평균 3%포인트(±1.5%포인트)로 늘어났다.

최고·최저 성과자간 성과연봉 차등은 최대 2배로 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의 연봉은 기본연봉과 성과연봉으로 나뉘는데 공기업의 경우 성과연봉은 전체 연봉의 30% 정도다.

실제 성과연봉제를 적용해보면 4급 직원은 같은 직급이더라도 성과연봉 차이가 평균 800만∼900만원 정도 벌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표적인 고임금 공공기관인 예금보험공사의 경우 4급 직원 성과연봉이 올해 2천만원 가까이 벌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30개 공기업은 상반기, 90개 준정부기관은 연말까지 도입을 마친다는 목표를 잡고 기관들을 독려하고 있다.

정부는 성과연봉제를 일찍 도입하면 공기업은 기본월봉의 15∼30%를, 준정부기관은 10∼20%를 인센티브로 준다는 계획이다.

또 기한 내 성과연봉제 전환을 마치지 않는 곳은 내년 인건비를 동결하고 임원 성과급을 50% 이상 깎는 등 페널티를 마련해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그 결과 도입 대상 기관 가운데 현재까지 70여곳이 성과연봉제 이행을 위해 노사합의를 했거나 이사회 의결을 완료하는 등 도입률이 60%를 넘고 있다.

도입이 완료되면 성과연봉제를 적용받는 공공기관 직원은 전체의 7%에서 70%까지 늘어난다.

기재부는 약 12만명이 성과연봉제를 적용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여소야대' 20대 국회…정부, 성과연봉제로 노동개혁 돌파구 모색

정부는 직무와 성과 등 '능력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기 위해선 작년 전체 공공기관에 도입을 마친 임금피크제에 이어 성과연봉제 확대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월 유 부총리는 성과연봉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호봉제 임금체계는 선진국에서 찾기 힘든 '갈라파고스' 제도이고, 이런 임금체계로는 국제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고 말했다.

호봉제가 세상과 단절되어 독특한 동·식물 구성을 이룬 태평양 한 가운데의 갈라파고스 제도(islands)처럼, 변화하는 주변 환경과 동떨어졌다는 의미다.

당시 유 부총리는 "입사만으로 평생소득이 보장되는 '신의 직장'은 더이상 없다"며 "업무성과에 따라 공정한 보상과 대우가 이뤄지고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국민에 대한 양질의 서비스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성과연봉제는 조직 효율성을 높인다는 측면이 있는만큼 최근 기업 구조조정 분위기와도 맞물려 더욱 추진이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구성되면서 성과연봉제 도입은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의 첨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애초 입법을 통해 노동개혁을 이루려던 계획을 실현하기 어려워진 만큼 정부 독자적으로 가능한 성과연봉제 확대를 통해 개혁 추진력을 얻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달 9일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주재하기로 하는 등 성과연봉제 사안을 직접 챙기고 나선 것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여야 3당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과 회동한 자리에서 성과연봉제 추진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지금 그렇게 시간이 되는 것이 아니지 않나.

정년 연장이 된 상태에서 고용절벽이 예상돼 여러 조치도 하고 있고, 국회에 협조 요청도 했지만 노동(개혁)법이 (입법이) 안 되고 있으니 이와 관련해서는 정부 입장을 이해해 주시고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개혁도 해야 하고 특히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야만 민간으로도 전파가 된다.

(성과연봉제는) 공정한 평가를 기준으로 해서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노조 '저성과자 해고 연계' 우려…평가기준 마련도 험난

정부 뜻과 달리 노동계는 성과연봉제 확대를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성과연봉제가 '쉬운 해고'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성과연봉제 확대도입은 필연적으로 직원들에 대한 평가를 수반하는 만큼, 저성과자를 가려내 '쉬운 해고'로 이어질 것이 명약관화하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박은정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성과연봉제로 저성과자 평가를 받은 노동자는 3년이 지나면 1년치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과 같아진다.

결국 이 노동자는 자발적 퇴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면서 "기재부는 공공부문에서 '쉬운 해고' 지침에 해당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번 성과연봉제 개편은 그 전초전"이라고 비판했다.

정부 측은 그러나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해고가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확대간부회의에서 "성과연봉제는 저성과자 해고와 무관하다.

민간 부문에서도 많이 도입해 시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노동계는 공공부문의 특성상 성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성과연봉제가 확대도입되면 단기적인 성과나 업적만 중요시되는 한편 질보다는 양 중심으로 업무가 변질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주관적 판단의 개입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인사권과 평가권을 가진 경영진 등 사측의 '줄세우기'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정부는 성과연봉제를 위한 평가기준 마련에 노조와 외부 전문가가 참석하면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관별·직급별 업무특성 차이를 충분히 감안한 평가기준을 만들어 투명하게 운영한다는 것이다.

입장이 팽팽히 대립하는 가운데 노조 측의 동의없이 성과연봉제 확대도입을 결정하는 기관이 늘어나면서 향후 법적 분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노동계는 노조 합의를 거치지 않은 성과연봉제 확대도입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과 충돌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가져오는 사규 변경 등은 노조와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한 제도다.

다만 노조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볼 경우에는 취업규칙 변경이 효력을 가진다.

정부는 성과연봉제 확대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과 상충하지 않는다는 판단이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해석이 엇갈린다.

정부가 자칫 시행을 강행했다가 법원에서 다른 결과를 내놓을 경우 혼란이 불가피해지는 셈이다.

박 국장은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강행하는 한 소송은 필연적"이라며 "국민 세금으로 소송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노동자의 근로 조건을 제약하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