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 구조조정이 난맥상을 보이며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발등의 불’이 된 지 여러 달째지만 구조조정 재원 마련에서부터, 어떤 회사를 어떻게 처리할지 등 핵심 이슈에 대한 해법은 여전히 표류 중이다. 그러는 사이 STX조선 대우조선 성동조선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이 경쟁하듯이 악재를 전하며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우선 누가 구조조정을 주도하는지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하거나,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서 이를 결단할 주체조차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정부에 구조조정 관련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있고, 작동은 하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금융위원장 주도로 범정부 차원의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협의체’가 구성돼 6개월째 가동 중이긴 하다. 하지만 채권은행과 해당 기업들이 열심히 자구책을 마련 중이고, 협의체는 그런 노력을 지원하겠다는 원론을 되풀이할 뿐이다. 채권단과 기업들은 위기를 부른 ‘실패 당사자’라는 점에서 이는 방향착오다. 그들은 국민경제적 관점에서보다 자신들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채권을 회수하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

정부 부처 간 책임 회피와 협업 부재는 더 큰 문제다. 조선·해운 구조조정은 이미 몇몇 기업의 재무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수준을 벗어났다. 국제가치사슬의 변화와 눈앞으로 다가온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구조재편이라는 관점에서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도 조선·해운산업 담당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는 ‘부실기업 처리는 금융위와 채권은행의 일’이라며 발을 빼기에 급급하다.

구조조정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런 일이지만 피해갈 수가 없다. 정치적 후폭풍이 두렵다고 돈을 퍼부어 뭉개보려는 미봉책으로는 화를 키울 뿐이다. 기획재정부가 ‘컨트롤타워 부재’ 해소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금까지 기재부는 한국은행에 발권력을 압박한 것 외에 무엇을 했다는 것인지 모른다. 책임이 두렵고 비판 받을 일을 회피하고 싶다면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