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하는 불황과 음주문화 변화의 여파로 극심한 침체기에 접어든 국내 위스키 업계에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2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국내 위스키 업계 2위인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최근 장 마누엘 스프리에 사장을 비롯한 고위 임원 6명이 프랑스 본사로부터 한꺼번에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해고 통보를 받은 임원은 스프리에 사장과 영업총괄 전무 1명, 영업담당 상무 1명, 이사 3명 등이다.

이들은 두달 여의 업무 정리기간을 가진 뒤 7월 말까지 회사를 떠나라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디아지오와 페르노리카 등 외국계 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주요 회사 임원 6명이 한꺼번에 해고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페르노리카가 사장을 비롯한 한국법인 임원 6명을 한꺼번에 해고한 것은 실적 부진이 가장 큰 배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위스키 시장은 최근 수년간 지속적으로 규모가 쪼그라들고 있지만 업계 1위인 디아지오와 3위 골든블루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시장점유율을 지키거나 확대하고 있는 반면 페르노리카는 점유율이 계속 하락하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2년 35.4%였던 페르노리카 코리아의 시장점유율은 2013년 31.3%, 2014년 28.0%, 2015년 25.3%로 계속 추락했다.

같은 기간 디아지오 코리아가 37.7%(2012년), 38.9%(2013년), 39.5%(2014년), 38.9%(2015년), 골든블루는 2.8%, 6.6%, 10.8%, 16.1% 등으로 점유율을 지키거나 확대해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시장 규모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판매량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페르노리카의 경우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이 영업담당 임원 집단해고라는 극약처방의 배경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페르노리카 코리아 홍보담당자는 "우리가 매년 6월 결산하는 법인이기 때문에 현재 임원들에 대한 인사평가가 진행 중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사장 등이 해고 통보를 받았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passi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