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명품 항공기는 결함 해결과정서 탄생한다
회전익 항공기로는 국내에서 처음 개발한 수리온 헬기의 특정 부위에 균열이 생겼다고 한다. 비행 안전에 심각한 영향이 없으며 조속히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방위사업청이 서둘러 수습에 나섰지만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 기술로 개발한 헬기에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고 작년부터 연이어 불거진 방산비리 여파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항공우주 분야 산·학·연 관계자들은 이번 논란을 다소 우려스러운 시각으로 보고 있다. 항공기 개발과정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논란이 빚어지고 있어서다.

항공기 개발과 운용을 포함한 수명주기는 보통 수십 년에 달하며 성공적인 기종의 경우 지속적으로 개조·개량과 파생형 개발이 진행되면서 명품이 탄생한다. 따라서 운용과정에서 결함이 발견되고 이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은 매우 일반적인 일이다. 항공기 개발단계에서 실제 운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점을 예상해 처음부터 완벽한 제품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비행시험 그리고 초도 생산 후 운용을 통해 사소하거나 또는 심각한 결함이 나타날 수 있고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아 개선해 나가는 과정은 큰 틀에서 항공기 개발과정의 한 부분이다. 우리보다 훨씬 오랜 항공기 개발 역사와 경험을 갖고 있고 기술 수준이 높은 항공선진국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세계 최고 헬기인 미국의 아파치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오늘날 명품으로 탄생했다. 반면에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유럽의 선진 항공국가들이 1990년부터 개발에 착수한 NH-90은 아직도 크고 작은 문제로 생산이 지연되고 끊임없이 구설에 오르고 있다.

항공기의 결함을 해결해 가는 과정은 자국산 항공기를 운용해 본 국가만이 축적 가능한 자산이며 이것이 실제 기술력이다. 명품 항공기는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탄생한다. 항공우주 분야의 최고 실력자인 미국을 대학원생에 비유한다면 유럽은 대학생쯤 되고 우리는 이제 고3에서 수능시험을 거쳐 대학생이 되려는 길목에 서 있다고 할 만하다. 수능시험의 한 과목이 수리온 회전익기 개발이라 할 수 있다. 훗날 세계에서 각광받는 명품 수리온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크고 작은 결함의 해결 과정이 필연적으로 따라다닐 것이다. 이번 수리온 결함 논란은 이런 항공기 개발과정을 잘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일종의 해프닝이다.

현장의 수리온 조종사들로부터 수리온이 꽤 괜찮은 헬기라고 칭찬하는 소리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수리온 개발 전 한국은 700대 규모를 운용하는 세계 5위권 군용헬기 보유국이었음에도 국내 수요 헬기 전량을 외국에서 수입했다. 수리온은 개발 후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그 나름대로 성능을 검증받아 육군 기동헬기와 경찰헬기로 운용 중이며,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의무후송전용헬기, 산림·소방 등 다양한 군·관용 헬기로 파생되고 있다. 수출도 추진 중이다. 오해로부터 불거진 문제를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항공산업 발전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

한국 항공우주산업은 기본훈련기 KT-1, 고등훈련기 T-50, 공격기 FA-50 등을 성공적으로 개발하고 수출도 해 세계 훈련기 시장의 강자로 군림할 날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세계 헬기 시장에서는 아직 걸음마 중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가 한두 번 비틀거렸다고 나무라기만 한다면 그 아이는 영영 걸음을 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수리온의 ‘온’은 ‘완벽함’을 의미한다. 필자가 T-50 초음속 훈련기 개발에 참여했던 경남 사천의 연구개발실에서 항공우주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지금도 밤을 새우며 묵묵히 도전하고 있는 후배 엔지니어들의 노력이 결실을 보아 수리온이 완벽한 명품 항공기로 거듭나길 바란다.

이경태 < 세종대 교수·기계항공우주공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