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혈우병 치료제, 30억달러 미국 시장 뚫었다
SK케미칼(대표 최창원 부회장)이 개발한 혈우병 치료제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판매 허가를 받았다. 세포, 항체 등 생물체를 원료로 하는 국내 바이오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효능·약효 지속시간 개선

SK케미칼은 FDA로부터 혈우병 치료제 ‘NBP601(제품명 앱스틸라·사진)’에 대한 시판 승인을 받았다고 27일 발표했다. NBP601은 SK케미칼이 2009년 호주 시에스엘(CSL)에 기술 수출한 A형 혈우병 치료제 바이오 신약 물질이다.

혈우병은 유전 및 선천적 요인으로 관련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출혈이 생기는 질환이다. A형 혈우병은 피를 굳게 하는 13가지 응고인자 중에 8번째 인자 결핍으로 나타나는 혈우병의 한 종류다. 근육, 관절, 내부 장기에서 출혈이 발생한다.

기존 혈우병 치료제는 두 개의 단백질이 융합된 형태로 이뤄졌다. 앱스틸라는 두 단백질을 완전히 하나로 결합한 ‘단일 사슬형 분자구조’로 돼 있다. 안전성이 개선돼 효능과 약효 지속 시간이 늘어났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기존 치료제는 주 3~4회 투여해야 하지만, 앱스틸라는 주 2회 투여해도 된다.
SK케미칼 혈우병 치료제, 30억달러 미국 시장 뚫었다
○“글로벌 시장 공략 본격화”

시장조사기관 데이터모니터에 따르면 세계 A형 혈우병 치료제 시장은 71억달러(약 8조4000억원·2014년 기준)에 이른다. 미국 시장은 30억달러(약 3조6000억원) 규모다. 미국 시장 규모는 2023년 33% 늘어난 41억달러(약 4조9000억원)로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 판매는 SK케미칼이 기술을 이전한 CSL에서 맡는다. CSL은 지난해 30여개국에서 50억5000만달러(약 6조5000억원)를 벌어들인 글로벌 제약사다. 2014년 노바티스의 독감 백신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SK케미칼은 미국 내 판매에 따라 CSL로부터 로열티를 받는다. 박만훈 SK케미칼 사장은 “연구개발(R&D)에 대한 오랜 투자가 결실을 냈다”며 “이번 미국 허가가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데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바이오산업

SK케미칼은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 최초 신약 ‘선플라’는 SK케미칼이 개발한 항암제다. 천연물 신약 1호인 관절염 치료제 ‘조인스’도 이 회사 제품이다. 2011년에는 세계 최초로 필름형 발기부전치료제 ‘엠빅스에스’를 출시했다.

SK케미칼은 최근 들어 백신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2014년 국내 최초로 세포배양 백신을 선보였다. 세포배양 백신은 유정란으로 제조하는 기존 백신과 달리 동물세포를 이용한 제품이다. 제조 기간을 기존 백신보다 절반 정도로 줄였다. 지난해에는 독감 바이러스 네 가지를 한 번에 예방하는 ‘세포배양 4가(價) 독감 백신’에 대해 세계 최초로 시판 허가를 받았다. 박 사장은 “R&D 역량을 강화해 세계적인 생명과학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약 8조원 규모의 대규모 기술수출을 일궈낸 한미약품, 바이오시밀러(항체의약품 복제약)로 세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이어 SK케미칼도 바이오 신약 허가를 받았다”며 “글로벌 제약사들도 높아진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위상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 혈우병

X염색체에 있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혈액 내 피를 굳게 하는 물질인 응고인자가 부족해 생기는 출혈성 질환. 관절이나 근육 등 체내 출혈과 가벼운 상처에도 피가 멈추지 않는 증상이 특징이다. 1만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