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명 수제맥주 제조사 브루클린브루어리와 손잡은 제주지역 맥주 제주브루어리는 최근 100억원대 투자 유치를 준비 중이다. 현지에 생산 공장을 설립해 수제맥주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서다. 제주브루어리로부터 투자안내서를 받은 벤처캐피털(VC)들도 관련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기업과 벤처캐피털들이 수제맥주 제조사에 잇달아 투자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맥주펍 데블스도어 2호점을 운영을 위해 200년 전통의 독일산 맥주 양조 장비를 구입했다. 여기에 독일·미국식 맥주제조가(브루마스터)인 15년 경력의 오진영 씨도 영입했다. 지금까지 데블스도어에 투자한 금액은 66억원 정도다.

‘천하장사 소시지’로 유명한 진주햄도 수제맥주로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진주햄은 지난해 수제맥주회사 카브루를 11억원가량에 인수했다. 최근 카브루 수제맥주와 진주햄 소시지 등을 접목한 맥주펍 ‘공방’을 서울 반포동 서래마을에 개장했다. YG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YG푸드도 지난해 수제맥주펍 ‘케이펍’을 열었다. 초기 투자금액은 47억원 수준이다.

소형 수제맥주 회사도 사세 확장을 위해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미국 유명 수제맥주 브랜드 ‘인디카’. 최근 이 맥주를 생산하는 로스트코스트의 현지 생산 공장을 인수한 곳은 더부스라는 국내 수제맥주 회사다. 더부스는 크라우드 펀딩 형태로 약 1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해 이 공장을 인수했다. 추가 유치를 통해 사세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더부스는 2020년 매출 1000억원 이상 실적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인디아페일에일(IPA) 등을 선보인 플래티넘 역시 3년 내 증시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플래티넘은 2000년대 초반 소형 하우스맥주에서 시작해 2014년 미래에셋벤처투자와 산은캐피탈로부터 4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수제맥주 업체 중 자본시장에서 투자 유치에 성공한 첫 사례다. 이 회사는 투자 유치 이후 중국 옌타이에 생산기지를 마련했고, 국내에도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이 외에도 전북 순창 지역맥주인 장앤크래프트, 맥주 프랜차이즈 브롱스 등이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에 힘입어 수제맥주 시장이 향후 10년간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맥주시장에서 수제맥주 점유율은 2005년 5.4%에서 2014년 19.3%로 급증했다. 수제맥주 투자를 검토 중인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한국 맥주시장도 미국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어 성장성이 탄탄하다”며 “500억원대인 시장 규모가 10년 뒤 2조원대까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호/이지훈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