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 바우저 IBM 글로벌생명과학분야 상무
치료법 조언하고 임상시험 참여자 선정·영상분석 가능
미래에는 신종감염병 경고도 가능할 전망

암 진단 정확도가 96%로 인간을 넘어서는 IBM의 인공지능(AI) 컴퓨터 왓슨(Watson)은 인간을 대체할 수는 있을까.

IBM의 헬스케어를 이끄는 줄리 바우저(Julie F Bowser) IBM 글로벌 생명과학분야 상무는 2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왓슨은 의사를 대체할 수 없다"고 답했다.

바우저 상무는 "모든 의사결정의 최종 결정권은 인간에게 있다"며 "왓슨은 의사의 능력을 증가시키고 확장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왓슨은 MD 앤더슨 병원에서 암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진단에 대한 정확도가 전문의를 넘어서는 96%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우저 상무는 "기존의 암 치료를 보면 초기에 적용한 치료법의 44%가 중도에 변경되고, 이러한 임상 결정의 절반은 증거 기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왓슨은 방대한 데이터를 소화해 증거에 기반한 맞춤형 암 진료를 제공한다"며 "2014년에는 미국의 암센터 MSK(메모리얼 슬론 케터링)와 왓슨을 교육해 암 환자 개인에 맞춘 치료법도 제공할 수 있게 했다"고 소개했다.

이런 환자 맞춤형 치료법은 현재 인도 마니팔병원(Manipal Hospital)과 태국 범룽랏국제병원(bumrungrad International Hospital)의 암 환자에게 이용되고 있다.

암 진단과 치료뿐만 아니라 왓슨은 임상시험 참여자를 선정하고, 의료영상을 분석하는 데도 이용된다.

바우저 상무는 "임상시험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적합한 환자를 찾아내는 것"이라며 "미국 메이요 클리닉에서는 왓슨을 활용해 적합한 지원자를 매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연구개발 단계에 있지만, 엑스레이에서 발견된 종양이 암일 확률이 어느 정도인지, 초음파와 같은 다른 검사가 필요한지 등을 조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바우저 상무는 왓슨의 놀라운 점으로 임상시험, 논문 등의 의료데이터뿐만 아니라 비의료데이터를 헬스케어분야로 끌어들인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인간이 창출한 데이터를 보면 의료분야는 유전학 5%, 치료·임상시험 등 의학 20%뿐이고 나머지 75%는 사람의 행동 등과 같은 비의료분야"라며 "반면 왓슨은 100%의 모든 데이터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IOT(사물인터넷)의 발달로 앞으로는 사람들의 생활에서는 수많은 데이터가 창출되고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데이터의 확장이 왓슨을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는 불가능하지만, 미래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같은 신종감염병을 경고해줄 수 있다는 게 바우저 상무의 예측이다.

그는 "특정한 질병에 대한 직접적인 데이터가 없어도 왓슨은 다른 데이터를 활용해 필요한 내용을 추론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SNS에서 사람들이 나눈 대화와 같이 의료정보가 아닌 데이터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의 유사성을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메르스에 걸린 환자 1명이 나왔다면 이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등의 분석이 가능해진다"라고 말했다.

치료가 어려운 희귀질환 역시 왓슨이 기존에 활용하지 않았던 데이터까지 접수하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바우저 상무는 "왓슨이 8번째 언어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며 "미국 이외에도 인도, 태국 등 다른 국가에서 왓슨을 도입한 만큼 한국에서도 왓슨이 활용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IBM은 헬스케어분야에 전폭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며 "과거 달로 떠나는 우주선 발사에 IBM 컴퓨터가 이용된 것처럼 의료계에서 왓슨은 문 샷(달 착륙)과 같은 혁신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줄리 바우저 상무는 연세대 의과대학이 27~28일 개최하는 '2016 에비슨 바이오메디컬 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ae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