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석유화학·윤활기유 설비 '발빠른 투자' 통했다…에쓰오일의 '油쾌한 질주'
작년 한 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2014년 총 7511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정유 4사는 지난해 총 4조731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정유업계가 작년에 대규모 영업이익을 올린 가장 큰 이유로는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자재 비용 등을 뺀 가격) 개선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유가가 낮은 수준에서 안정되면서 원재료 비용은 싸진 반면 수요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런 흐름은 올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정유업계는 1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90.7% 증가한 1조854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런 가운데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 부문에서 작년 하반기에 비해 유독 급격하게 반전한 곳이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에쓰오일이다.

에쓰오일의 ‘슈퍼 수익률’

에쓰오일은 1분기에 매출 3조4284억원과 영업이익 4914억원을 올려 영업이익률이 14.3%에 달했다. 작년 1분기(5.4%)보다 8.9%포인트 상승했다. 2004년 4분기 이후 12년 만의 최고 영업이익률이다.

에쓰오일의 작년 3분기와 4분기 영업이익률은 각각 0.4%와 -1.1%로 정유 4사 중 꼴찌였다. 하지만 윤활유의 원료인 윤활기유 부문과 석유화학 부문 영업이익률이 1분기에 각각 39.2%와 22.7%로 뛰면서 전체 수익성이 개선됐다.

에쓰오일의 영업이익률은 세계 최대 규모의 원유 정제설비를 보유한 인도 릴라이언스(14.9%)에 육박했다. 릴라이언스는 대규모 설비를 효율적으로 운영해 수익성 부문에서 ‘글로벌 톱’으로 인정받는 정유기업이다.

세계 최대 단일 정유기업인 미국의 발레로에너지(5.3%)보다는 9.0%포인트 높았다. 발레로는 임직원 수 1만여명, 원유정제능력 하루 300만배럴의 세계 최대 정유사다.

에쓰오일이 이런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이유로는 작년 초부터 본격화한 ‘울산공장 시설 개선사업’ 덕분이다. ‘슈퍼(SUPER: S-OIL upgrading program of existing refinery) 프로젝트’로 명명된 이 사업에 에쓰오일은 지난해 1417억원을 투자했다. 올해는 2213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마하셔 CEO의 결단

에쓰오일은 슈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작년 3분기 윤활유 원료인 윤활기유와 폴리에스테르 원료로 쓰이는 파라자일렌(PX) 생산설비 개선작업을 잇달아 마무리했다. 그 결과 에쓰오일은 고급 윤활기유(그룹Ⅲ)와 PX 생산량을 종전보다 각각 40%와 10% 늘릴 수 있었다.

운(運)도 따랐다. 공사가 마무리된 시점을 전후로 두 제품의 스프레드(원료와 제품가격 간 차이)가 큰 폭으로 확대돼 설비 개선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2014년 하반기 글로벌 유가 급락으로 타격을 받은 정유 및 석유화학 기업들이 해당 제품의 생산량을 줄이거나, 예정돼 있던 설비 증설을 미루면서 공급이 부족해진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t당 각각 평균 281달러와 332달러였던 윤활기유 및 PX의 스프레드는 올 1분기 288달러와 385달러로 확대됐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회사가 처한 현실과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였는데, 운도 따라줬다”고 말했다.

정유업계에선 2014년 하반기 업계 전체가 어려움에 빠진 가운데 에쓰오일이 내린 결단이 좋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 기간에 국내 정유업계는 국제 유가가 44%(두바이유 기준) 급락하는 바람에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을 냈다. 에쓰오일이 2897억원을 비롯해 정유 4사가 총 751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에쓰오일은 악조건 속에서도 공장 운영비용 감축과 고(高)부가가치 제품 생산능력 증대를 위해 울산공장 생산시설 개선 계획을 수립했다. 실무진으로부터 설비 개선 필요성에 대해 보고받은 나세르 알 마하셔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는 이 계획을 실행키로 결정했다. 이후 모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인사 등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전방위적으로 설득해 2014년 말에 최종 승인을 얻어냈다.

2018년까지 5조원 투자

에쓰오일의 슈퍼 프로젝트는 정유 석유화학 윤활기유 등 3개 사업 부문 가운데 정유 부문 비중을 낮추고, 석유화학과 윤활기유 비중을 높이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포트폴리오 균형을 맞춰 글로벌 유가에 따라 실적이 큰 폭으로 출렁거리는 걸 최소화하려는 의도다.

이런 노력은 총 5조원을 투입해 잔사유(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 기름) 고도화 시설과 올레핀 공장을 신축하는 온산공장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2018년에 완전한 결실을 맺을 것이란 게 정유업계 관측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슈퍼 프로젝트를 통해 온산공장 신축 프로젝트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며 “2018년 새 설비가 준공되면 석유화학 부문 비중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