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사진=MBC ‘운빨로맨스’ 방송화면 캡처
사진=MBC ‘운빨로맨스’ 방송화면 캡처
사진=MBC ‘운빨로맨스’ 방송화면 캡처
MBC ‘운빨로맨스’ 첫 방송, 2016년 5월 25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아르바이트 월급을 떼먹고 도망간 사장을 찾기 위해 강원도 카지노에서 청소 아르바이트 중인 심보늬(황정음)는 신작 게임 시연회 준비를 위해 카지노를 찾은 게임회사 CEO 제수호(류준열)와 우연히 마주친다. 그런데 준비한 행사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프로그래머들이 도망가 파투가 난다. 현장에서 기절했던 수호는 달님의 부탁을 듣고 현장을 찾았던 보늬가 한 짓이라고 의심한다. 악연인 줄 알았던 두 사람의 인연은 ‘호랑이’로 연결돼 있었다. 보늬는 동생 보라를 살리기 위해선 호랑이띠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야 한다는 도사의 조언을 듣고, 애타게 호랑이띠 남자를 찾아 헤맸는데 수호가 바로 86년생 호랑이띠였다.

리뷰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일까. 로코퀸 황정음과 대세 류준열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던 ‘운빨로맨스’ 첫 회가 아쉬움을 가득 남겼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는 아주 훌륭했다. 황정음은 미신을 맹신하는 여자 심보늬를 매력적으로 그려냈고, 류준열은 ‘응답하라 1988’의 ‘개정팔’이 아닌 똑똑하나 가슴은 차가운 남자 제수호 자체였다. 문제는 이야기의 전개 방식이었다. ‘운빨로맨스’는 1회 60분 중 마지막 5분을 제외하고, 전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그려내지 못했다.

어떤 드라마든 1회에서 반드시 해야 할 것이 주요 캐릭터를 소개하는 것이다. 여기에 시청자들이 주목할 만한 사건들을 던져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가까운 예로 ‘그녀는 예뻤다’ 1회는 김혜진(황정음)이 어떤 사람인지 자잘한 사건들을 통해 소개해줬다. 그리고 어린 시절 볼품없는 외모였던 지성준(박서준)이 멋진 남자로 돌아왔지만, 혜진을 알아보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줘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엇갈린 혜진과 성준은 앞으로 어떻게 될 지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그러나 ‘운빨로맨스’ 1회에서는 눈에 띄는 사건이 없었다. 보늬와 수호가 계속해서 우연히 마주쳤지만, 서로에 대한 오해가 쌓이는 것 이상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일들은 벌어지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지루함을 참지 못한다. 새로운 드라마는 금방 지루함을 느끼는 시청자들에게 만족감을 주기 위해, 신선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그들의 시선을 뺏어야 한다. 또한, 드라마 속 인물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적당히 숨겨야 한다. 그래야 시청자들이 계속해서 드라마를 시청할 이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운빨로맨스’ 1회에는 흥미로운 ‘사건’이 없었기 때문에 반드시 찰지게 인물소개를 할 필요가 있었다.

제수호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인물이었다. 천재인 것 같지만, 어딘가 부족한 구석이 있는 캐릭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그가 왜 수시로 공황장애 증상을 호소하는지, 과거의 어떤 경험이 제수호를 이렇게 만든 것인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카드게임에 비유하자면 제수호는 끝까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패를 숨기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심보늬다. 심보늬는 제수호와 달리 1회에서부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패를 공개했다. 어려운 환경 탓에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긍긍했으며, 뇌사에 빠진 동생이 있고, 도사를 만나 가까스로 동생을 살릴 수 있었고, 그에게 호랑이띠 남자를 만나 하룻밤을 보내야 동생을 확실히 살릴 수 있다는 사실까지 알려줬다. 이 모든 이야기가 1회에 다소 지루하게 전개됐다. 참을성 없는 시청자들이 기다리기에는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운빨로맨스’에 실망하기는 아직 이르다. 이제 막 1회가 시작했을 뿐이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스토리 텔링의 아쉬웠던 부분들을 채워줬다. 특히, 마지막 5분 동안 펼쳐진 황정음의 만취 연기는 앞서 답답하게 전개됐던 55분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사이다’였다. ‘그녀는 예뻤다’의 자일리톨 신을 뛰어넘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배우들의 매력으로만 시청자들에게 호소할 수 없는가. 2회에서는 ‘흥미진진’ 신령님이 ‘운빨’에 강림하주길 기대해본다.

수다 포인트
– 보늬는 그 많은 소금을 어디에 가지고 다니는 건가요?
– 모 케이블채널에서도 ‘지니어스2’ 때문에 뜨거웠던 적이 있었죠.
– 보늬 씨, 거기는 함부로 걷어차는 게 아니에요! (엄격) (진지) (근엄)
– 빅재미 100% 보장! 믿고 보는 황정음의 술 취한 연기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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