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이 채권단 자율협약 개시 3년 만에 법정관리 절차를 밟는다는 소식이다. 협약 기간 중 4조5000억원이 지원됐지만 회생은커녕 완전 자본잠식을 벗어나지 못한 데 따른 결정이다. 채권단은 어제 한 긴급회동에서 올 들어 신규수주가 전무한 상태라 추가지원의 의미가 없고 자율협약 지속도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에 이어 한때 세계 4위였던 STX의 몰락은 우리 경제의 파국을 알리는 징조의 하나다. STX는 금융권 여신만 5조5000억원에 달한다. 구조조정이 한창인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2대 국적선사에 나간 여신 1조7700억원의 3배가 넘는 규모다. STX조선 자율협약 실패는 무책임하고 무질서하게 진행 중인 조선산업 구조조정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산업은행 등 금융권은 근거 없는 낙관론에 기대 ‘조 단위’의 돈을 쏟아부었고, 공무원들은 노조 반발 등을 의식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했다.

STX뿐만 아니다. 성동조선 SPP조선 등 다른 조선사 구조조정도 출구를 못 찾고 있다. 5년째 구조조정 중인 성동조선은 연초 삼성중공업과 경영 협약을 맺었지만,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삼성에 떠안기며 ‘일단 소나기는 피하자’는 편법이 부른 당연한 결과다. ‘조선구조조정의 모범답안’이라던 SPP조선도 인수후보인 삼라마이더스와 채권단 간 이견으로 매각이 무산될 처지다. 더 심각한 문제는 본격 구조조정을 코앞에 둔 ‘조선 빅3’다. 이들에 대한 금융권 익스포저는 무려 55조원이다. 잇단 실패사례들은 원칙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우고 있다. ‘폭탄’은 언젠가는 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