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 대박으로 더 세진 입김
“돈은 얼마든지 댈 테니 지분·지적재산권 넘겨라”
‘울며 겨자먹기’ 투자 유치
중국 정부 규제 피하려면 치밀한 현지화 전략 필수



[텐아시아=유정우 기자]
‘태양의 후예’ 송혜교 송중기 /사진=텐아시아 DB
‘태양의 후예’ 송혜교 송중기 /사진=텐아시아 DB
‘태양의 후예(이하 태후)’가 한중 양국에서 큰 성과를 거두면서 사전제작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제작중인 작품만 5편 이상으로 ‘보보심경’, ‘함부로 애틋하게’, ‘화랑, 더비기닝’, ‘사임당’, ‘신데렐라와 네명의 기사’ 등이 제2의 ‘태후’ 신드롬에 도전중이다.

최근 만난 한 국내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말이 좋아 합작품이지 중국의 하청업체 되는 것 아니냐는 푸념을 털어놨다. 대박을 터뜨린 ‘‘태후’ 종영 이후 가속화된 현상이란 점이 흥미롭다.

이야기는 이렇다. 시나리오가 좀 된다 싶으면 어김없이 중국 투자 제안이 들어오는데 돈은 얼마든지 댈 테니 지분을 내놓으라는 통에 고민이 크다는 것이다. 중국 투자사의 요구는 간단하다. 합작법인이든 조인트벤처 설립이든 콘텐츠의 지식재산권을 통째로 달라는 것.

중국 투자사들이 자국 내 콘텐츠 유통에 대한 영향력을 내세우며 작품에 대한 리메이크 권리와 중화권 상품화 권리까지 갖겠다고 주장한다는 의미다. 말이 좋아 합작법인이지 일종의 ‘하청’ 구조나 다름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는 제작비를 지원한뒤 일정 부분의 수익률과 성공보수(옵션) 등을 취하던 기존 방식과는 다른 것으로 강화된 중국내 영상 송출 규제와 투자 환경 변화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지난해 4월부터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 격인 국가신문출판방송위원회를 통해 수입 드라마에 대한 규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인터넷 등 통신매체에서 방송하는 모든 외국 드라마와 영화는 정부가 주는 전파권을 취득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방영 전 전편을 심사하기 때문에 반드시 사전 제작된 완성품이어야 송출이 가능하다.
태양의 후예
태양의 후예
‘태후’ 신드롬의 결정적 계기가 된 중국 내 ‘온라인 조회수 30억뷰 돌파’ 등의 성적도 중국 투자사가 자국 시장의 송출 규제를 피해갈 수 있도록 현지화 전략을 펼쳤기 때문에 가능했다. 중국 투자사들이 자국 내 콘텐츠 유통에 대한 영향력까지 직접 관여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 투자사의 재산권 행사 범위도 커졌다. 지난해 발효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르면 중국 자본이 국내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지분을 49%까지 소유할 수 있어 최대주주 등극은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다. 게다가 중국 드라마 콘텐츠 시장은 최근 6년 새(2010~2015년) 연평균 15% 이상 성장하고 있어 ‘울며 겨자먹기 식’의 투자 유치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국 자본을 바라보는 국내 제작사들의 시각은 두 갈래다. 잘나가던 홍콩영화가 미국 자본에 밀려 지식재산권과 인력 유출 등 문제로 ‘한순간’에 무너진 선례로 봤을 때 지식재산권과 인적 자원, 글로벌 유통망은 절대 양보해선 안 된다는 측과, 지식재산권과 유통 권리 등을 넘겨서라도 더 좋은 작품을 잘 제작해 납품하는 게 서로 ‘윈윈’하는 길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중국의 화책미디어와 손잡고 ‘태후’를 제작해 대박을 터뜨린 제작사 뉴(NEW)는 후자의 경우다.

문제는 누구도 우리의 드라마 기획력과 제작 능력, 콘텐츠 제작시스템에 대한 권리를 보장해 주지 않는 데 있다. 애써 키워온 국내 제작사가 중국 회사로 둔갑해 원천 저작권 이양과 제작 인력 유출 등의 문제를 겪는다면 짧게는 몇 년 안에 한류 드라마의 경쟁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텐아시아 국장 see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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