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 논설위원·공학박사 ohchoon@hankyung.com
[한경포럼] 강군(强軍)으로 부민(富民)하겠다는 중국

드론(무인항공기)의 메카 중국 선전은 세계 정보기술(IT) 기업들의 하청 생산기지다. 어떤 부품도 이곳에선 쉽게 구할 수 있다. 지금은 중국 제조업 벤처들의 산파역이다. 이들 벤처 중에는 방산 관련 벤처가 많다. 선전증시에 상장된 기업 중에는 군사기술 업체들이 눈에 많이 띈다. 군사기술과 관련한 전시회도 자주 열리는 곳이다. 한때 이런 전시회에서 중국 국방대 벤처가 내놓은 군사로봇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중국의 사물인터넷(IoT)이 마치 군수산업에서 출발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군사기술의 IT화가 돋보인다. 그것도 각국의 창업가들이 모여드는 선전에서다. 기묘한 현상이다.

IT시대 軍·民기술 통합전략

중국 정부는 아예 민간기술과 군사기술의 통합을 국가 전략의 하나로 삼았다. 5년 전인 2011년 12차 5개년계획에서 이를 기술혁신의 아젠다로 정했다. 공업정보화부 산하에 민군기술결합 추진과까지 만들었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연구조직이 민간에게 필요한 과학기술을 개발하고 민간연구소들도 군사용 연구개발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국방기술의 정보화 사업도 꾸려나가기로 했다.

중국에 애플 테슬라 등 IT 제조업 생산공장이 들어서면서 생긴 변화 중 하나다. 중국 공산당이 통합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강군부민(强軍富民)의 캐치프레이즈다. 강한 군대가 있어야 국민을 살찌운다는 전략이다. 시진핑은 강군 건설이 국방 정책의 핵심이라고 늘 주장한다. 부국(富國)이 된 만큼 강병(强兵)으로 패러다임 시프트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중국은 서양의 민간 상용기술을 한껏 이용하려고 한다. 실제 국제적인 기술 협력으로 중국 민간기업에 이전된 선진 기술이 중국 방산업체에 고스란히 옮겨져 군용으로 활용되는 사례도 많다고 전해진다. 민간과 군사기술 모두에 도움이 되는 외국 기업들은 아예 통째로 사고 있다. 군사기술을 이끌어가는 인재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2008년부터는 외국의 저명한 중국계 과학자 1000명을 중국으로 유치하는 ‘천인(千人)계획’도 꾸려가고 있다.

기술이 만드는 지형변화 주목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중국의 국방 예산 증가율은 매년 평균 10%가 넘는다. 국내총생산(GDP) 증가분보다 훨씬 많은 예산을 군사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일본이 합친 국방 예산보다 많다. 물론 세계 4위의 무기 수출국이다. 아프리카에선 3분의 2가 중국산무기라고 한다.

미국과 러시아에 뒤지지 않는 첨단 무기도 내놓는다. 지난해 9월 중국 군사퍼레이드에서 선보인 항공모함 킬러 지대함 탄도미사일 DF-21은 미국 전문가들도 주시한 무기였다. 제트연습기 K-8은 이집트와 짐바브웨 등 공군에서 사용되고 있다. 중국이 빠른 속도로 세계의 방위산업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술과 산업이 만드는 정치 지형의 변화가 있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엊그제 베트남을 방문해 무기 수출 전면 금지조치를 해제했다.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과의 갈등에서 전략적 요충지인 베트남을 미국의 우호 세력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오바마는 이 자리에서 베트남을 다섯 차례나 포괄적 파트너라고 치켜세웠다고 한다. 지금 미국은 중국의 과학기술 성장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 이런 패러다임 변화가 한국에 어떤 파고를 일으킬지 걱정된다.

오춘호 논설위원·공학박사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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