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서울 응암동 역촌초등학교 앞 사거리. 파리바게뜨 점포개발팀의 김모 과장(38)은 근처에 출점을 희망하는 예비 점주와 함께 유동인구 파악에 나섰다. 왼손엔 숫자를 셀 수 있는 카운터가, 다른 손엔 메모를 위한 펜이 들려 있었다. 김 과장은 “주변에 6호선 응암역과 대형마트가 있어 사람이 많아 보이지만 대부분 흘러가는 고객”이라며 “좀 더 ‘머무르는 상권’을 찾아야 한다”고 예비 점주에게 말했다.

외식업계에서 파리바게뜨의 상권 분석 노하우는 관심 대상이다. 국내 대표 분식 프랜차이즈인 A사 대표는 “우리의 입점 전략은 파리바게뜨 옆에 매장을 내는 것”이라고 대놓고 말할 정도다.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폐점률(해당연도 총 매장 수 대비 1년 동안 계약해지 및 종료 매장 수)이 10~20% 사이를 오갈 때 파리바게뜨는 항상 0~1%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폐점률 0%대…파리바게뜨 '상권불패' 비밀
◆‘흐르는 상권’ 아닌 ‘모이는 상권’ 선호

김 과장은 유동인구가 많지만 장사가 잘 안된다면 그곳이 ‘흐르는 상권’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집객력이 있는 ‘모이는 상권’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가 ‘모이는 상권’을 찾기 위해 보는 세 가지 핵심 요소는 횡단보도, 정류장, 주차공간 여부다. 지나가는 사람과 멈춰 선 사람, 목적을 갖고 온 소비자 모두를 잡을 수 있어서다. 매장을 열려는 건물이 병원이나 관공서처럼 자체 집객력이 있는 곳이라면 무조건 잡아야 할 타깃 1순위다. 상대적으로 임차료가 비싸지만 이런 곳은 “그 값을 하기 때문에” 거의 입점한다고 했다.

지형적 특성도 고려한다. 점포 앞에 배전기구, 실외기, 지하철 환풍구가 있는 곳은 가급적 피한다. 심리적으로 소비자들의 점포 접근성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 점포의 노후 정도가 심하거나 반지하 혹은 2층 이상에 있는 곳도 입점 위치로 피하는 자리다.

◆지하철 입구와 입구 사이는 피해

출퇴근 동선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김 과장은 설명했다. 파리바게뜨는 퇴근 동선이 1순위, 출근 동선이 2순위다. 퇴근길에 사는 빵의 단가가 더 높기 때문이다. 아파트 대단지 같은 배후가구의 주요 동선과 주변 상가의 집객력을 본다. 쉽게 말하면 집으로 가는 길에 매장이 있어야 하고, 인근에 파리바게뜨 말고도 들를 만한 가게가 있어야 더 좋다는 얘기다. 배후가구 유동인구를 파악하기 위해선 요일, 시간, 날씨 같은 변수에 따라 유동인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한다. 지하철 입구 근처라고 무조건 입점하는 것도 금물이라고 김 과장은 얘기했다. 서로 반대편으로 나 있는 지하철 입구 사이 매장엔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다. 김 과장은 “입구와 입구 사이에 갇혔다”고 표현했다. 그는 “지하철 입구가 어느 방향으로 뚫릴지 미리 알아내는 것도 점포개발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하는 일”이라고 귀띔했다.

◆미래에 일어날 잠재적 요인도 확인

점포개발자들은 상권을 살아 움직이는 ‘생물’로 본다. 지금은 안 좋더라도 나중에 도시개발계획에 따라 유동인구가 풍부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도시는 점포개발자들의 ‘진짜 실력’을 알아볼 수 있는 무대로 꼽힌다. 지금은 허허벌판이지만 나중에 금싸라기 땅이 될 것으로 예상될 경우 과연 어디에 매장을 내야 ‘신의 한수’가 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1990년부터 26년째 한자리에서 운영되고 있는 파리바게뜨 인천 석바위점이 좋은 예로 꼽힌다.

점포개발자들은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자료를 모은다. 각 구청 도시개발계획과는 물론이고 소상공인지원센터, 공인중개사, 부동산 전문가가 운영하는 블로그까지 샅샅이 파헤친다. 매뉴얼뿐만 아니라 점포개발자 개인의 ‘감’도 필요에 따라 동원된다. 김 과장은 “점포개발자들은 매일 자기가 맡은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매뉴얼뿐만 아니라 본인의 경험을 살려 매장 후보 점포 1, 2, 3순위 리스트를 작성한다”며 “이를 기반으로 파리바게뜨 희망 점주들에게 입점을 가이드한다”고 말했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