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 20년 '유통 빅뱅'] "쇼핑 행태 갈수록 개인화…상품 추천 능력이 성패 가를 것"
구영배 큐텐(Qoo10) 사장(50·사진)은 한국 온라인 쇼핑 역사에 많은 기록을 남겼다. 2000년 국내 최초 오픈마켓인 G마켓을 설립해 당시 온라인 쇼핑 시장의 절대강자인 옥션을 제치고 창업 5년 만에 국내 1위에 올랐다. G마켓이 옥션과 함께 미국 이베이에 인수되자 2010년 돌연 해외로 떠났다. 이베이의 투자를 받아 싱가포르에 큐텐이라는 오픈마켓 업체를 차려 1위에 오른 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로 사업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온라인 쇼핑몰로 성공한 만큼 구 사장의 화두는 ‘온라인 쇼핑’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구 사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온라인은 오프라인과 합쳐야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며 “미래 유통 시장에선 온·오프라인 연계(O2O)가 더욱 광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소비자가 쇼핑할 때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바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만족스런 구매 경험”이라며 “온라인 쇼핑 업체라 하더라도 오프라인 기반이 있을 때 더 나은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O2O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선 신기술을 빨리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사장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품목이나 디자인 등이 차별화하는 형태로 쇼핑이 개인화되고 있다”며 “개인별로 맞춤형 추천을 해주려면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같은 새로운 기술을 쇼핑에 적극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오프라인 유통사들이 성공할 수 있는 조건으로는 속도를 꼽았다. 그는 “이미 세운 매장을 바탕으로 사업하는 데 익숙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빠른 속도와 짧은 주기에 적응해야 한다”고 했다. 이마트를 비롯해 대형마트가 쿠팡을 비롯한 소셜커머스 업체와 벌이고 있는 최저가 전쟁에 대해선 “온라인 쇼핑 시장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원가 이하로 물건을 파는 것은 오래가기 힘들어 여러 측면에서 부작용을 유발할 것”으로 우려했다.

큐텐을 통해 아시아 쇼핑 시장을 통합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그는 “과거 G마켓으로 성공한 한국형 오픈마켓을 동남아시아와 중국, 일본에 적용하고 있다”며 “아시아 쇼핑 시장을 통합하는 플랫폼을 구축, 올해 1조원의 거래액을 달성해 중국 알리바바와 일본 라쿠텐에 이어 아시아 3대 온라인 쇼핑 업체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구 사장은 1991년 서울대 자원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석유회사 슐룸베르거에 입사했다. 10년간 인도에서 유전을 개발하는 일을 하다 2000년 대학 선배인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 권유로 인터파크에 입사해 G마켓의 전신인 구스닥을 차렸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