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라인 쇼핑이 시작된 지 올해로 만 20년이 됐다. 한경의 ‘온라인 쇼핑 20년’ 시리즈에 따르면 1996년 약 5억원이던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지난해에는 53조9340억원으로 20년간 10만배 이상 늘어났다. 소비액 중 온라인 쇼핑 비중은 15%에 육박하고 이 중 모바일 비중은 이미 절반을 넘었다. 종합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곳이 170여개로 매출이 1000억원 이상인 곳만도 20개에 육박한다고 한다. 온라인에서 말 그대로 ‘유통 빅뱅’이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과거 30년보다 앞으로 3년간 변화가 더 클 것”이라며 온라인 쇼핑 비중이 조만간 두 배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 업계에서 3~5년 내 온라인 쇼핑 규모가 100조원대로 커질 것으로 예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에는 간편 결제와 빠른 배송을 둘러싼 또 다른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빅데이터를 분석, 맞춤 상품을 추천하는 개인화 서비스도 본격화할 조짐이다.

이런 빅뱅은 무엇보다 자유로운 참여와 경쟁의 결과라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 판매자들이 자유롭게 상품을 판매하는 ‘오픈 마켓’의 등장은 온라인 쇼핑시장 급성장을 이끌며 모바일 쇼핑 활성화로도 이어졌다. 하지만 오프라인 유통시장은 완전히 ‘딴 세상’이다. 경제민주화와 동반성장 바람을 타고 골목상권 보호가 정치 이슈화하면서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비롯, 온갖 규제가 유통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자유로운 참여나 경쟁과는 거리가 멀다. 오죽하면 유통산업발전법이 ‘유통산업발전 금지법’이라고 불리겠는가.

거리제한, 입점제한, 영업시간 제한 등이 경제적 약자 보호라는 명분을 내걸고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 후생은 뒷전이고 기존 업자들의 기득권 보호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마트 영업규제가 일자리를 없애고 납품업체, 농민들의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은 알려진 대로다. 소비자 불편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온라인 유통의 빅뱅을 보면서 자유시장경제 원리가 왜 중요한지 새삼 절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