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모티브(전기모터)와 한온시스템(열관리시스템)이 ‘전기차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테슬라 ‘모델3’에 주요 부품 공급을 추진한다. 한국타이어(타이어), LG디스플레이(터치스크린) 등에 이어 테슬라와 손잡는 국내 업체가 잇따르고 있다.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이 뛰어난 한국 자동차 부품회사가 독일, 일본 업체를 제치고 모델3 생산 과정에 주축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테슬라 '모델3' 한국부품으로 꽉 찼네
○전기모터·열관리기기도 공급

2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모터와 파워트레인(엔진, 변속기 등) 등을 생산하는 S&T모티브는 모델3에 들어가는 전기모터를 공급하기 위해 테슬라와 막판 협의 중이다. S&T모티브 관계자는 “모델3에 전기모터 부품을 공급하기 위한 선정 단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S&T모티브가 전기모터 부품의 주 공급업체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공기조절시스템 전문기업 한온시스템은 모델3의 에어컨과 히터 등에 들어가는 열관리모듈 공급을 위해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온시스템 관계자는 “기존 테슬라 모델에 납품한 적이 있어 이번 모델3에 부품을 공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S&T모티브와 한온시스템은 현대·기아자동차를 포함한 글로벌 회사에 부품을 공급해온 중견기업이다. 테슬라와의 이번 공급 협상이 결정되면 이들 업체의 글로벌 경쟁력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韓 부품 10% 싸도 獨·日과 성능 비슷”

S&T모티브와 한온시스템뿐만이 아니다. 이미 테슬라와 공급 계약을 맺었거나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인 국내 업체가 많아지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최근 모델3에 장착할 타이어의 주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테슬라는 글로벌 업체에서 타이어 샘플 등을 제출받아 테스트한 끝에 한국타이어 제품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도 테슬라에 터치스크린용 LCD(액정표시장치)를 공급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 부품회사인 만도는 핸들과 브레이크 등을, 화신은 브레이크페달 공급을 놓고 테슬라와 협의 중이다. 화신테크와 엠에스오토텍은 최근 차체·섀시 등 금형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KT는 테슬라의 국내 통신 파트너로 뽑혔다.

테슬라가 내년 말 모델3 출시를 앞두고 국내 부품회사와 잇따라 손을 잡는 것은 한국산 부품의 가성비가 우수하다고 판단해서다. 최근 3년 동안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테슬라가 상대적으로 비싼 일본 및 독일산 부품을 줄이는 대신 한국산 부품을 늘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중국산 부품은 값이 싸지만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가 기존 모델X와 모델S에 부품을 공급한 일본 업체 대신 모델3에 대해선 한국 업체를 파트너로 선정하고 있다”며 “한국산 부품 가격이 일본과 독일산보다 10~15% 싼 데 비해 성능은 비슷한 게 강점으로 꼽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LCD는 상대적으로 질이 낮은 대만이나 중국 업체가 공급해왔지만 이번 모델3는 가성비가 뛰어난 LG디스플레이 제품이 선정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배터리 공급 성사 여부 관심

업계 관심사는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업체들이 테슬라 모델3에 배터리를 공급하느냐다. 테슬라는 최근 국내 배터리 제조회사들과 연쇄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가 모델3에 한국 기업의 배터리를 탑재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LG화학은 테슬라의 초기 전기차 ‘로드스터’에 납품한 적이 있다.

다만 테슬라의 배터리 공급을 일본 파나소닉이 독점해온 점이 변수다. 테슬라는 파나소닉과 손잡고 미국 네바다주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테슬라는 파나소닉의 소형 원통형 배터리를 주로 쓰는데 국내 업체의 주력 제품은 각형 배터리다.

장창민/김순신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