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만 정밀타격…소아암·난치암 등 치료 기대"

국내 주요병원들이 '꿈의 암 치료'라고 불리는 양성자 치료와 중입자 치료에 뛰어들면서 암 환자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은 이달부터 양성자 치료를 시작했고 세브란스병원도 최근 2020년까지 중입자 치료기를 도입하기로 했다.

방사선 치료의 일종인 양성자·중입자 치료는 각각 수소와 탄소의 입자를 가속화해 암을 정밀타격하는 방식으로 원리는 동일하다.

삼성서울병원에 앞서 국립암센터에서도 시행되고 있는 양성자 치료는 수소 원자핵의 소립자인 양성자를 빛의 60%에 달하는 속도로 가속화해 암 조직을 파괴한다.

아직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중입자 치료기는 탄소 등 무거운 원소의 중입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올린 뒤 암세포를 죽이는 치료방법이다.

두 치료 모두 정상세포는 건들지 않고 암세포만을 파괴하는 브래그 피크(Bragg Peak)라는 입자방사선의 특징을 이용한다.

브래그 피크는 몸속 정상조직은 투과하고 암 조직에 도달하는 순간 막대한 에너지를 쏟아붓고 급격히 사라지는 현상이다.

이 때문에 새로운 암 치료법은 환자 몸 전체에 전방위적인 공격을 퍼붓던 기존의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을 현격히 줄인다는 장점을 내세운다.

특히 양성자 치료는 이런 정밀타격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도록 양성자 빔 조준을 세밀하게 조정하는 기술 등이 마련된 상태다.

예를 들어 이번에 가동된 삼성서울병원의 양성자 치료기는 양성자 빔을 종양 부위에 선을 쌓듯이 쏘는 라인스캐닝 방식을 택해 점을 찍는 스팟스캐닝보다 누락이나 중첩부위 없이 정밀한 타격이 가능하다.

표홍렬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치료과정을 보면 환자가 눕는 치료대 주변으로 치료기를 360도로 돌려 다양한 각도에서 양성자 빔을 쏜다"며 "암 이외의 다른 정상조직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1㎜의 정밀한 세팅이 가능하므로 방사선 노출을 피해야 하는 소아암 환자에게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입자 치료는 암 파괴력이 양성자보다 3배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중입자 치료 기반이 되는 탄소는 양성자 치료에 이용되는 수소보다 무거워서 암을 타격할 때 분출하는 에너지양도 그만큼 커지는 원리다.

금기창 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쉽게 탁구공과 골프공 중 어떤 것으로 암을 타격했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파괴력이 크기 때문에 기존의 방사선 치료는 물론 양성자 치료와 비교해도 치료 기간이 짧아진다는 장점이 있고 난치암에도 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게다가 두 치료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고가의 치료비 부담(본인부담)도 건강보험 적용으로 희망적이라는 게 의료계 평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월 18세 미만 소아 뇌종양·두경부암에 대해서만 적용되던 양성자 치료 건강보험을 소아암 전체와 성인의 뇌종양·식도암·췌장암 등에도 확대했다.

이에 따라 기존 1천만~2천만원에 이르는 양성자 치료비는 500만~600만원 선으로 줄어들었고 중입자 치료 역시 국내에 도입된다면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ae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