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기업] 화장품 용기 1위 연우…기중현 사장의 '전화위복 경영'
올 1분기 최대 실적
'최고 수준' R&D 인력 64명
교통사고·연수로 자리 비워도 책임지는 직원들 '기둥' 됐죠
연우는 최대주주(지분율 60.3%)인 기중현 사장(사진)이 이끌고 있다. 지난 16일 매출 549억원, 영업이익 59억원이란 1분기 성적표를 내놨다. 매출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이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6배 증가했다.
○위기를 기회로
기 사장은 1990년 1월 교통사고를 당해 회사를 1년 가까이 비웠다. 졸음운전을 하던 트럭에 치여 뼈 이식 수술만 여덟 차례 했다. 큰 수술을 여러 차례 받으면서도 기 사장은 병실에 가만히 누워만 있지 않았다.
일본 유력 기업의 화장품 용기를 하나씩 뜯어봤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액체 화장품용 펌프를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기 사장은 “당시 다른 국내 업체는 개발에 모두 실패했고, 함께 제품을 개발하던 기술자도 두 차례나 포기 의사를 나타냈다”며 “병원에서 끝까지 물고 늘어졌더니 결국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연우는 1991년 초 화장품용 펌프를 최초로 국산화했다.
연구개발(R&D)에 집중해 제품 품질을 높여가던 연우는 해외 진출을 앞두고 벽에 부딪혔다. 1998년 11월 미국 뉴욕 화장품 포장재 박람회 참가를 시작으로 해외 판로 개척에 나섰는데 여의치 않았다. 기 사장은 “영어를 잘하지 못하니 바이어들과 친해질 수가 없었다”며 “그들과 정을 나누려면 의사소통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어학연수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기 사장은 2000년에 1년간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 중 한국과 시차(2시간)가 가장 작은 게 주된 이유였다. 기본적인 업무는 직원에게 맡기고 중요한 의사결정만 이메일 등을 통해 처리했다.
그는 “회사 직원이 40~50명밖에 안 되던 시절부터 프로젝트별로 업무를 분배하고, 개개인이 책임지는 문화를 조성해 문제가 없었다”며 “당시 실력이 향상된 직원들이 지금까지 회사에 남아서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우의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0%가 넘는다.
○직원에 대한 믿음이 결실로
연우에는 64명의 연구원이 R&D에 힘을 쏟고 있다. 일본 제품 카피로 시작한 화장품용 펌프는 눌렀을 때의 촉감과 나오는 양의 균질성 등에서 해외 제품을 압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 사장은 “개발에 직접 참여하다 보니 기술자가 ‘이런 걸 해보겠다’고 갖고 오면 될지 안 될지 알 수 있다”며 “실패할 걸로 보이더라도 경험으로 남을 거 같으면 해보라고 한다”고 말했다.
2008년엔 생산 과정에서의 실수로 6억원어치 반품이 들어온 적이 있다. 기 사장은 아무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 그는 “실수가 생긴 원인을 짚어보니 그 상황에서는 누구든 저지를 수 있는 문제였다”며 “6억원의 비용이 들었지만 공정 개선에 도움이 돼 성과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약 188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연우는 이 중 18억원을 직원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손효주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6월 신규 공장이 완공되는 데다 중국 영업법인을 통한 중국 판매 확대도 기대된다”며 “당분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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