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기업] 화장품 용기 1위 연우…기중현 사장의 '전화위복 경영'
1년은 교통사고로, 1년은 어학연수로 오너가 회사를 비웠다. 하지만 직원 몇명으로 1983년 출발한 회사는 33년 만에 임직원 1400여명, 매출 2000억원대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주인공은 국내 화장품 용기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에스티로더 랑콤 등 글로벌 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연우다.

연우는 최대주주(지분율 60.3%)인 기중현 사장(사진)이 이끌고 있다. 지난 16일 매출 549억원, 영업이익 59억원이란 1분기 성적표를 내놨다. 매출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이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6배 증가했다.

○위기를 기회로

기 사장은 1990년 1월 교통사고를 당해 회사를 1년 가까이 비웠다. 졸음운전을 하던 트럭에 치여 뼈 이식 수술만 여덟 차례 했다. 큰 수술을 여러 차례 받으면서도 기 사장은 병실에 가만히 누워만 있지 않았다.

일본 유력 기업의 화장품 용기를 하나씩 뜯어봤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액체 화장품용 펌프를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기 사장은 “당시 다른 국내 업체는 개발에 모두 실패했고, 함께 제품을 개발하던 기술자도 두 차례나 포기 의사를 나타냈다”며 “병원에서 끝까지 물고 늘어졌더니 결국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연우는 1991년 초 화장품용 펌프를 최초로 국산화했다.

[주목! 이 기업] 화장품 용기 1위 연우…기중현 사장의 '전화위복 경영'
연구개발(R&D)에 집중해 제품 품질을 높여가던 연우는 해외 진출을 앞두고 벽에 부딪혔다. 1998년 11월 미국 뉴욕 화장품 포장재 박람회 참가를 시작으로 해외 판로 개척에 나섰는데 여의치 않았다. 기 사장은 “영어를 잘하지 못하니 바이어들과 친해질 수가 없었다”며 “그들과 정을 나누려면 의사소통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어학연수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기 사장은 2000년에 1년간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 중 한국과 시차(2시간)가 가장 작은 게 주된 이유였다. 기본적인 업무는 직원에게 맡기고 중요한 의사결정만 이메일 등을 통해 처리했다.

그는 “회사 직원이 40~50명밖에 안 되던 시절부터 프로젝트별로 업무를 분배하고, 개개인이 책임지는 문화를 조성해 문제가 없었다”며 “당시 실력이 향상된 직원들이 지금까지 회사에 남아서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우의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0%가 넘는다.

○직원에 대한 믿음이 결실로

연우에는 64명의 연구원이 R&D에 힘을 쏟고 있다. 일본 제품 카피로 시작한 화장품용 펌프는 눌렀을 때의 촉감과 나오는 양의 균질성 등에서 해외 제품을 압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 사장은 “개발에 직접 참여하다 보니 기술자가 ‘이런 걸 해보겠다’고 갖고 오면 될지 안 될지 알 수 있다”며 “실패할 걸로 보이더라도 경험으로 남을 거 같으면 해보라고 한다”고 말했다.

2008년엔 생산 과정에서의 실수로 6억원어치 반품이 들어온 적이 있다. 기 사장은 아무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 그는 “실수가 생긴 원인을 짚어보니 그 상황에서는 누구든 저지를 수 있는 문제였다”며 “6억원의 비용이 들었지만 공정 개선에 도움이 돼 성과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약 188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연우는 이 중 18억원을 직원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손효주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6월 신규 공장이 완공되는 데다 중국 영업법인을 통한 중국 판매 확대도 기대된다”며 “당분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