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디어 마이 프렌즈’ 화면 캡쳐 / 사진=tvN 제공
‘디어 마이 프렌즈’ 화면 캡쳐 / 사진=tvN 제공
잔소리를 하는 노인들에게 흔히 ‘꼰대’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는 시니어 계층에 대한 젊은이들의 부정적인 생각과 이미지를 함축하고 있다. 이처럼 세대갈등이 현 한국 사회의 큰 문제로 떠오르며 기성세대와 신세대간의 소통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tvN ‘디어 마이 프렌즈’(극본 노희경, 연출 홍종찬)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살아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외치는 꼰대들과 꼰대라면 질색하는 버르장머리 없는 청춘의 유쾌한 인생 찬가를 다룬다. 지난 13일~14일 방송을 통해 어른들의 이야기엔 관심 없는, 궁금해 하지도 않는 청춘 박완(고현정)의 시선으로 바라본 꼰대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박완은 “요즘 누가 꼰대들 이야기를 돈 주고 읽어. 지들 부모한테도 관심 없어”, “노인과 어른은 분명히 달라”라고 외치는 요즘 세대를 대변한다.

‘시니어벤져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디어 마이 프렌즈’는 출중한 연기력의 노년 배우들이 대거 나온다. 신구(80), 김영옥(79), 나문희(75), 김혜자(75), 주현(73), 윤여정(69), 박원숙(67), 고두심(65) 등 주로 주인공의 엄마, 아빠 역할을 했던 이들이 주체적으로 나선다.

판타지는 없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꼰대들의 전형이 캐릭터에 그대로 투영됐다. 자식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기 센 엄마도 있고, “어른을 보고 왜 인사를 안 해? 시집은 갔어? 작가라며? 책은 썼어? 대체 넌 뭘 하는 거야”라고 대꾸할 틈도 안주고 질문을 쏟아내기도 한다. 귀가 들리지 않아 고성방가에 버금가는 목소리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허허들판에서 볼일을 보기도 한다. 박완의 표정이 일그러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박완의 표정은 드라마를 보는 신세대의 모습이기도 하다.

‘디어 마이 프렌즈’ 화면 캡쳐 / 사진=tvN 제공
‘디어 마이 프렌즈’ 화면 캡쳐 / 사진=tvN 제공
그러나 그러한 꼰대들에게도 아픈 사연이 있다. 박완의 엄마 장난희(고두심)는 한참 전 죽은 남편이 젊은 시절 피운 바람 때문에 고통 받는다. 이 사실을 자신에게 알리지 않은 이영원(박원숙)과 몇 십년간 앙숙으로 살아가고 있다. 평생 남편에게‘조차’ 주목받지 못한 상처를 떠안고 산다. ‘꼰대의 정석’으로 보이는 김석균(신구)은 학벌 콤플렉스에 시달린다.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않은 그는 “대학교 나오면 뭐해”라는 말을 달고 산다. 오충남(윤여정) 역시 마찬가지다. 교수들 하고 어울리지만 실제로 그는 중졸이다.

이렇듯 꼰대로만 보이는 이들에게도 짠한 사연은 가지고 있다. 노희경 작가는 “‘나이가 있는 사람은 치열하지 않다. 도전하지 않는다’는 편견에 휩싸여 있는데, 그 편견을 깨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찰의 부재가 불통을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정치도 많은 사람들이 관찰을 하면 바뀔 거라 생각한다”며 “불필요한 첨가물도 넣지 않고 시니어들의 일상을 제대로 관찰하겠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과연 꼰대와 청춘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디어 마이 프렌즈’가 풀어낼 이야기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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