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LG화학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업체를 차별하는 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한국 기업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삼원계 배터리를 전기버스 보조금 리스트에서 뺀 데 이어, 이번엔 중국 내 생산, 품질 등 이른바 ‘규범조건 등록’ 기준을 충족한 업체의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겠다는 조치를 내놨다.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발표한 등록업체 25개는 죄다 중국회사들이다. 이 역시 중국 당국이 내놓은 또 하나의 차별 조치라는 의구심이 짙어진다.

중국이 취한 일련의 조치는 단순한 보조금의 문제가 아니다. 특정 외국업체를 사실상 중국시장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무슨 객관적인 등록기준인 것도 아니다. 생산, 품질 등 여섯 가지 기준이 너무나 자의적인 것들이어서 특정 외국업체를 겨냥해 또 하나의 비관세 벽을 친 거나 다름없다.

중국 당국이 지난 1월 중국에 공장까지 지은 LG화학 삼성SDI가 만드는 삼원계 배터리를 전기버스 보조금 리스트에서 제외한 것도 그렇다. 삼원계보다 기술적으로 떨어지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하는 중국업체들을 보호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중국은 삼원계가 안전하지 않다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대며 지금까지 업계의 항의를 묵살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이 아무리 자국 배터리산업을 키우는 데 혈안이라지만 이는 명백히 국제규범에 어긋난다.

중국이 보조금으로 세계 무역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때문에 미국을 위시한 주요국은 중국 업체에 대해 덤핑 등 신규 조사에 착수하는 동시에 중국이 요구하는 시장경제지위 부여는 꿈도 꾸지 말라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중국에 항의를 했다고 하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기술장벽 협의 창구를 만들었다는 게 고작이다. 중국에 시장경제 지위를 앞장서 부여하고 한·중 FTA까지 발효시킨 한국 기업이 왜 이런 차별을 받아야 하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도 불사하겠다고 나와야 할 한국의 통상당국은 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