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세먼지 논란이 뜨겁다. 특히 입자가 작은 초미세먼지(PM2.5)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 미세먼지(초미세먼지 포함)의 주범으로 디젤 승용차를 지목하고 있어 관련 업계는 속만 타들어가고 있다. 전체 미세먼지 중 세단형 디젤 승용차가 배출하는 미세먼지 비중은 0.3%에 불과함에도 모든 시선이 디젤 세단에 몰려 있어 해명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의 '2012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연간 배출하는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의 가장 큰 원인은 이른바 제조업 연소다. 미세먼지 전체의 64.9%, 초미세먼지는 52%를 산업 현장에서 배출한다. 이어서 건설기계, 항공기, 농기계 등에서 나오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각각 11.9%와 17.3%로 2위를 차지한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도로이동오염원(자동차)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는 10.8%, 초미세먼지는 15.6%로 세 번째 비중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자동차부문에서의 배출은 누가 주범일까. 환경부에 따르면 단연 화물차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68%를 화물차가 뿜어낸다. 디젤 RV도 22.5%로 배출 비중이 높은 편이다. 둘을 합치면 디젤 자동차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91.4%에 달한다. 반면 승용차(디젤 포함)의 배출 비중은 0.3%에 머물고 있다. 먼지 배출이 가장 적은 분야인 목재 및 펄프제조업보다 조금 높을 뿐이다.

[칼럼]디젤 승용차는 미세먼지의 주범일까

국내에 세단형 디젤 승용차 판매를 허용한 시점은 지난 2005년이다. SUV와 MPV 등의 RV는 오래 전부터 디젤 엔진을 사용해 왔고, 2005년 당시는 세단형 디젤만 추가했다. 명분은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이었고, 이후 세단형 디젤 승용차는 고효율에 따른 탄소 배출 절감으로 저공해차로 지목되는 등 이산화탄소 측면에서 각광받았다.


2005년 이후 300종이 넘는 자동차가 저공해차 인증을 받았고, 이 가운데 디젤차가 30% 정도를 차지했다. 저공해차로 인증받으면 수도권에선 공영주차장 요금을 할인받고, 혼잡통행료 등도 절반을 감면받았다. 어디까지나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였다. 덕분에 디젤에 강한 유럽 내 세단이 고유가를 계기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 이후 갑자기 세단형 디젤 승용차가 '미운 오리'로 전락하고 있다. 소비생활 변화에 따라 SUV로 수요가 몰리고, 산업 발전으로 물류가 늘어 화물차 운행이 증가한 점을 환경부도 이유로 꼽지만 이런 사실은 외면한 채 상당수 사람들이 마치 디젤 세단 확산이 미세먼지 증가의 핵심 요인으로 꼽고 있다.

이런 사실은 질소산화물도 예외가 아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연간 질소산화물 배출이 가장 많은 분야는 자동차와 비도로이용오염원(농기계, 건설기계, 항공기, 철도, 선박 등)부문이다. 각각 32.1%와 21%를 점유한다. 따라서 질소산화물 감축의 우선 정책을 자동차에 두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자동차부문에서 질소산화물 배출이 가장 많은 차종은 무엇일까. 단연 화물차다. 67.4%의 질소산화물을 화물차가 내뿜는다. 그 다음이 10.4%의 버스다. RV는 8.5%이고 휘발유, LPG, 디젤 등의 승용차는 6.9%다.


세단형 승용차 가운데 디젤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세단형 디젤 승용차 허용이 질소산화물 증가를 이끌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모든 배출가스는 줄여야 하는 게 맞지만 세단형 디젤 승용차 판매 허용을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증가로 연결하는 건 논리적으로 틀리다는 얘기다.

배출가스 측면에서 전문가들은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외에 온실가스 감축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발간한 IPCC 5차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온난화는 명확하고, 이런 변화가 인류에 미칠 영향 또한 명백하다.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오는 2100년의 지구 평균기온은 3.7도 오르고, 평균 해수면은 63㎝ 높아진다. 게다가 장기적인 기온 상승 수준은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비례하는 만큼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미만으로 묶으려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칼럼]디젤 승용차는 미세먼지의 주범일까

이런 점에서 디젤 논란은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에선 디젤이 가솔린 또는 LPG보다 유리해서다. 한국에너지공단의 표시연비에 따르면 탄소배출량이 적은 차는 대부분 가솔린 하이브리드 또는 디젤이다. 따라서 환경대책은 미세먼지와 탄소배출 저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쪽으로 세워야 한다.

이 같은 근거를 토대로 최근 완성차 및 에너지업계가 추진하는 건 '하이브리드'다. 가솔린뿐 아니라 디젤 또한 하이브리드화로 탄소배출 저감을 막는 방안이다. 가솔린 및 디젤 세단은 하이브리드, 대형 디젤차는 운행 배출가스 집중 규제로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환경정책 전문가인 마이클 박 카이스트 교수는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이 개인의 보건의료 측면에서 줄여야 하는 것이라면 탄소는 인류를 위해 저감해야 하는 것"이라며 "환경정책은 여러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어 "지금의 디젤차 배출가스 논란은 개별 사안인 만큼 큰 틀에서 에너지와 환경을 동시에 고려하는 정책을 수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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