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마다 구조조정 방안을 놓고 백가쟁명식 해법이 난무하고 있다. ‘수주절벽’에 직면했다는 조선업도 예외가 아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어제 한경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조선업계의 설비과잉을 해소하지 못하면 모두 죽을 수밖에 없다”며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가 나란히 설비를 30%씩 줄여야 한다”는 처방을 제시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무슨 소리냐며 펄쩍 뛰는 모습이다. 실현가능성도 문제거니와 업계의 일률적 생산감축을 구조조정이라고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험난한 구조조정 파고를 헤쳐나가야 하는 최고경영자의 고뇌는 충분히 이해함 직하다. 그러나 무슨 물귀신 작전도 아니고 다른 기업들까지 끌고들어와 생산능력을 일률적으로 감축하자는 건 설득력이 없다. 정 사장은 저가수주, 과당경쟁 유발과 관련해 “대우조선은 원가를 절감했기에 상대적으로 싼값에 응찰할 수 있었다”고 했지만 업계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 지원을 세 번이나 받은 산업은행 자회사의 지위를 이용해 대우조선이 덤핑 경쟁을 촉발했다고 반박한다. 정 사장은 “한국 조선업의 인건비가 일본이나 유럽보다 비싸다. 이대로 가면 조선업이 결국 중국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수조원의 혈세가 투입된 대우조선이야말로 인건비 상승에 가장 큰 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조선3사 모두 생산설비가 과잉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생산감축을 하더라도 어디가 효율적이고 어디가 비효율적인지, 기술력까지 냉정히 따져서 해야지 일률 감축은 맞지 않는다. 중국조차도 획일적 구조조정은 하지 않는다.

만약 생산감축을 넘어 특정 기업의 정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한다면 그렇게 하는 게 맞는다. 혹여 대량 실직이니 지역경제 악영향이니 하며 부실기업을 정상기업에 떠넘기려 한다면 그 기업마저 동반 부실화하고 말 것이다. 언젠가는 경기가 살아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도 금물이다. 고통스럽지만 지금 제대로 된 구조조정을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공멸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