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제약사 금품 제공이 약 처방에 미치는 영향 조사결과

제약회사로부터 금품을 많이 받는 의사일수록 비싼 유명 상표의 약 처방이 많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17일 미국의학협회 내과학회지(JAMA Internal Medicine) 최근호에 따르면 제임스 예 박사가 이끄는 하버드의대 연구팀은 제약회사의 금품 제공이 의사들의 약 처방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이런 상관성이 관찰됐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매사추세츠주(州) 메디케어(노령층 의료지원제도)에 2011년 청구된 이 주 의사들의 스타틴 계열 약물 처방 데이터와 주 보건부가 확보한 제약회사들의 의료진 제공 금품 내역을 비교 분석했다.

고지혈증 치료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스타틴 계열의 약물은 값비싼 유명 상표 약품(brand-name statins)과 약효는 같지만, 훨씬 싼 제품을 많은 제약회사가 다양한 상품명으로 제조 판매 중이다.

분석 결과 조사 대상 의사 중 36.8%가 '업계의 금품'(industry payments)을 받은 바 있었다.

전체 스타틴 약물 처방 155만9천3건 가운데 유명 상표 약품 처방률은 평균 22.8%였다.

그런데 제약회사 금품을 받지 않은 의사의 유명 약 처방률은 17.8%로 평균보다 매우 낮았다.

받은 금품이 1천달러(약 117만원) 증가할 때마다 유명 상표약 처방률이 0.1%씩 높아졌다.

이 '합법적 금품'은 식사, 강연료, 컨설팅료, 학술교육훈련 참가비, 여행비, 로열티 등 10여 개 명목으로 지급됐는데 교육훈련비를 받은 경우에 유명약 처방률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제약회사의 금품 제공 때문에 의사 처방전이 늘었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둘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거의 모든 환자에게 어떤 스타틴 계열 약물을 써도 되는 것으로 확인됐고, 유명 상표 약 도매가격이 2~3배 비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런 관행은 환자와 건강보험에 미치는 부담이 클 것"이라면서 "약값 등 의료비 부담이 중요 과제인 상황에서 주목되는 연구 결과"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미국의 비영리 독립 탐사언론 프로퍼블리카는 전국 5대 전문진료과목의 의사들의 처방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보도했다.

이 조사에서도 업계 금품을 많이 받은 의사일수록 비싼 유명 약 처방비율이 더 높았다.

예컨대 내과의사의 경우 금품을 받지 않은 의사의 유명 약 처방율은 평균 약 20%지만 5천달러(약 589만원) 이상 받은 의사의 처방률은 평균 30%였다.

또 2013년 워싱턴대 보건대학원 등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진은 '의료 관행에 미치는 제약업계 마케팅의 영향' 제하의 연구 논문에서 제약회사 금품을 받은 의사가 해당 업체 의약품을 처방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2배 이상 높다고 밝혔다.

의사 수십만명의 처방기록 등을 분석한 이 연구에선 금품을 받지 않은 의사가 12개 대형 제약사의 약을 처방하는 비율은 평균 13%였지만 금품을 받은 의사의 처방 비율은 30%에 육박했다.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