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더 근본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경제 전반의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구조조정이 일상적으로, 시장 자율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구조조정의 동맥경화는 시장경제 시스템의 강점을 퇴색시키고 국민의 삶을 위협한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구조조정의 시점이고, 다른 하나는 잘못된 원인진단과 처방이다.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국민경제에 감당하기 어려운 위협이 된다. 야당도 구조조정 문제에서만큼은 신속한 진단과 처방에 필요한 모든 조치에 협력해야 한다.

신속성보다 더 중요한 과제는 정확한 원인 분석과 적절한 대처다. 최악의 구조조정은 이렇다. 대량 정리해고로 거리에 내몰린 많은 국민의 삶과 국민경제가 피폐해지고, 천문학적 공적 자금의 투입으로 정부재정은 열악해지며, 정부의 자의적 개입으로 경제활력은 추락하고, 기업 오너일가와 금융의 기득권은 유지되는 구조조정, 앞으로의 구조조정이 이처럼 잘못된 길을 간다면 한국 경제는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질지 모른다. 과거의 쌍용자동차나 한진중공업 사례가 그랬다. 거리에 내몰린 노동자들의 고통, 사회적 갈등, 경영진의 책임회피, 회계조작 논란 등 불투명하게 진행된 구조조정은 우리 경제와 사회에 큰 부담을 남겼다.

지연되고 있는 공기업 구조조정도 잘못된 정책의 대표사례다. 석유공사의 작년 적자만 4조5000억원, 5년간 누적손실이 7조9000억원이다. 광물자원공사도 5년간 2조3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해외자원개발에서 공공부문 전체 손실이 13조원, 앞으로 14조원의 추가손실이 예견된다. 시기를 놓쳤고, 적절한 원인분석과 책임규명도 없었다. 국민경제에 부담만 남았고 정부는 구조조정보다 책임회피에 더 ‘유능한’ 상황이다.

일자리를 다시 찾을 때까지 노동시장에서의 도태를 막아줄 사회안전망, 무분별한 공적 자금 투입이 아니라 환부를 도려내는 부실기업 정리, 시장경제 효율성을 지켜나가는 원칙적 개입, 부실에 대한 경영진과 오너의 책임을 명확하게 묻는 일이 바람직한 구조조정을 위한 기본이다. 이에 더해 산업 전반과 개별기업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현재의 위기를 넘어 더 나은 한국의 발전을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노동집약적 산업구조시대의 ‘구조조정=정리해고’ 등식은 버려야 한다. 조선, 해운, 철강, 석유화학, 건설의 구조조정은 단순하지 않다. 산업 전체의 과감한 축소가 필요한 부문인지, 단순히 개별기업 부실 문제인지, 고부가가치 생산으로의 제품·업종 고도화 문제인지에 따라 접근 방식도 달라야 한다.

1994년 수출부진에 따라 3만명의 노동자를 해고해야 할 상황에서 노사 간 ‘고용안정협약’을 통해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에 나섰던 독일의 폭스바겐, 합병과 사업다각화로 철강산업 자체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기술중심 회사로 변모한 티센크루프를 참조해야 한다.

구조조정에 대해 더 많이, 더 빨리, 더 구체적으로 논의하자. 개별기업 부실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삶, 경제구조의 체질개선, 한국 경제 전체의 더 큰 성장에 대해 논의하자.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고용보험 보장범위를 확대하고, 장시간 근로를 줄여 일자리를 나누면서 그 어느 때보다 과감한 구조조정을 하면 어떨까. 구조조정 대상들만이 아니라 일반 기업과 국민이 고통을 분담하면서도 한국의 드러난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더 큰 구조조정을 상상하면 어떻겠는가.

더 상상하고, 더 토론하자. 특정 집단의 희생만이 아니라 고통과 책임을 분담하는 구조조정, 부실기업 정리에 그치지 않고 한국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더 근본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만들어가자.

홍영표 <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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