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일본 닛산자동차와 미쓰비시자동차가 자본제휴를 맺기로 합의했다. 미쓰비시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일원이 된 것. 이를 두고 미쓰비시는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16일 닛산에 따르면 이번 투자금액은 2,370억 엔으로, 닛산이 미쓰비시차 주식의 34%를 취득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양사는 이에 따라 구매와 플랫폼 공유, 개발분담 등 전 분야에 걸친 협업을 진행하게 된다. 이번 제휴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판매규모는 기존 850만 대에 미쓰비시의 125만 대를 더해 980만 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글로벌 빅3 중 2~3위에 해당하는 폭스바겐(990만 대), GM(980만 대)에 버금가는 동시에 5위권인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포함 801만 대)를 150만 대 이상 앞지르는 규모다.

미쓰비시, 닛산 받아들인 이유는 ‘생존’

카를로스 곤 닛산 CEO는 "이번 제휴는 주요 일본 자동차회사의 역동적인 파트너십"이라며 "각 사의 잠재력을 높이는 건 물론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내에서 미쓰비시 브랜드를 존중하고, 단단하게 육성해 나가는 걸 전제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쓰비시가 직면한 어려움, 특히 연료효율에 관한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라며 "닛산 역시 몇 년 전까지 어려움이 컸기에 미쓰비시의 난관을 함께 극복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사의 제휴는 미쓰비시의 연료효율 데이터 조작사건이 계기가 됐다. 지난해 10월 닛산, 미쓰비시, 두 회사의 합작사인 NMKV 등 3사는 차기 경차 개발과정에서 닛산에 의해 현재 판매 중인 경차의 연료효율이 다소 과장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어 닛산-미쓰비시는 합동 재시험을 실시했고, 효율시험의 데이터를 부정 조작한 일이 알려지게 됐다. 이로 인해 미쓰비시는 시장 신뢰에 큰 타격을 입었다.

닛산은 "자본시장에서 부정행위 때문에 닛산과 미쓰비시의 관계가 악화되는 등 미쓰비시 경영전략에 전반적인 악영향을 미쳤다"며 "자본제휴를 통해 두 회사가 중장기에 걸쳐 건설적인 제휴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사측은 이어 "미쓰비시가 르노-닛산 얼라이언의 일원이 되는 건 수익 기회의 유지와 미래 경쟁력에 있어 미쓰비시의 신뢰가 큰 폭으로 개선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미쓰비시 역시 닛산과의 제휴가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음을 인정했다. 미쓰비시는 "연료효율 조작과 별개로 향후 글로벌 경쟁체제에 있어 닛산과의 제휴는 불가피했다"며 "성숙한 시장에서 효율 향상과 배기가스 저감, 고도의 IT 기술을 접목한 선행안전기술, 커넥티드카로 대표되는 기능성 향상 요구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향후 새로운 개발 경쟁이 시작될 전망이어서 두 회사의 제휴가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쓰비시는 또 "현재의 자동차기업은 각 국의 환경규제를 만족하는 내연기관차는 물론 전기차, 하이브리드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상품력을 강화하는 연구개발비와 설비투자 증가를 요구받고 있다"며 "그러나 미쓰비시의 사업규모를 봤을 때 미리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이후 생존이 불가능할 것이란 위기의식이 있었다"고 전했다. 연구개발의 고도화 및 장기화, 개발경쟁의 격화라는 경영환경 급변 속에서 보다 큰 기업에 들어가 중장기전략을 공유할 필요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미쓰비시, 닛산 받아들인 이유는 ‘생존’

실제 최근 자동차회사는 고도화된 선행안전기술과 커넥티드카로 불리는 새 패러다임을 맞고 있다. 이를 위해 대형 자동차부품사와 구글, 애플, 삼성, LG 등 IT·전자회사와의 협업도 속속 이뤄지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관련 기술의 장기간 개발, 대규모 부품 구입, 막대한 투자비 소요 등이 예견되고 있다.

미쓰비시는 "자본 제휴로 강력한 제휴관계 구축과 함께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라는 큰 줄기에 함께하는 것만으로 상품력 강화와 부품 구매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두 회사는 친환경차부문에서 시너지도 노린다. 이미 닛산과 미쓰비시는 합작회사를 세워 경차를 공동 개발하고, 일부 상용차는 OEM 공급하는 등 협력관계가 깊다. 이번 제휴를 통해 공동 전기차(EV) 파워트레인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미쓰비시, 닛산 받아들인 이유는 ‘생존’

지난 2006년 10월 미쓰비시는 순수 전기차인 i-MiEV를 발표, 2009년 6월 판매에 들어갔다. 2009년 8월엔 닛산이 전기차 리프를 선보이고, 이듬해 12월 미국과 일본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두 차를 통해 해당 분야에 있어 선두에 있는 두 회사가 본격적인 전기차 공동 개발에 나설 경우 장기적으로 차값을 낮추는 동시에 보급에도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글로벌 전기차 선두기업을 목표로 하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향후 전략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미쓰비시의 가세는 전기차시장 점유율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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