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의 해운과 조선 구조조정이 무언가 이상하다. 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밑그림과 전략, 방향은 보이지도 않는다. 정부는 돈타령에서 좀체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범(汎)정부적 구조조정 협의체 구성을 발표하면서 작전개시를 선언한 지 20일이 지났으나 국책은행의 자본확충 방안에 걸려 헛바퀴만 도는 듯한 분위기다.

구조조정이 단순히 자금지원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자금 문제는 절대적으로 중요하지만 구조조정의 구체적 전략이 결정된 다음에 제기되는 문제이지, 방향도 없이 돈타령만 할 것은 아니다. 대우조선을 살리기는 살릴 것인지, 과잉생산능력은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는 상태에서 한국은행 발권력 문제만 덜렁 던져놓고 정부는 지금껏 말이 없다. 금융위원장이 사령탑인지 부총리가 지휘하는지조차 결정된 것이 없고 구조조정 전담 조직에 대해서도 일절 말이 없다. 지난달 ‘청와대 서별관회의’ 이후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는 증거도 찾을 수 없다. 산업·수출입은행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간의 부실에 대한 책임은 어떤 경로를 통해 추궁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진 것이 없다. 아니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지조차 의심스럽다.

그 사이 한진해운은 세계 해운동맹에 올라탔고, 현대상선은 배제되면서 한층 코너로 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은 정부가 예상하던 바인가. 만약 아니라면 통제가능한 범위 내의 일인가. 구조조정이 훈수꾼과 논평가들에게 에워싸인 채 국회 눈치 보느라 시일만 흘려보내선 안 된다. 국내 조선 3사의 부실규모가 얼마인지도 알 수 없는 판에 ‘조선 3사가 설비를 일률적으로 감축해야 한다’는 풍문까지 흘러나온다. 주체도, 원칙도, 로드맵도 없는 구조조정이다.

한쪽에선 돈타령이고 다른 쪽에선 시작도 전에 고용안정 타령이다. 이런 와중에 조선회사 노조들은 임금을 올려달라는 황당한 구호까지 내놓고 있다. 조선 3사가 부실해진 과정을 보면 노조의 이런 요구도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부실은 털어내고 가능성이 있는 곳은 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살린다는 것이 기업 구조조정의 절차요 본질이다. 과연 이 순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