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SBS ‘딴따라’ 배우들 / 사진=조슬기 기자 kelly@
SBS ‘딴따라’ 배우들 / 사진=조슬기 기자 kelly@


“아부하고, 웃어주고 그리고 집에 돌아가는 길은 서글펐죠.”

최근 SBS ‘딴따라’(극본 유영아, 연출 홍성창 이광영)를 시청한 한 가요 기획사 이사는 이렇게 매니저 시절을 되돌아봤다. 극 중 신석호(지성)는 음악 방송 PD에게 무릎을 꿇고 딴따라 밴드의 출연을 요구한다. 자존심은 내던졌다. 오로지 ‘자식’같은 딴따라 밴드의 데뷔만이 중요할 뿐이다.

‘딴따라’는 화려한 연예계 세계 뒤에서 자신의 가수를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신생 기획사 대표와 매니저 등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리며 호평을 받고 있다. 초반의 부진을 털어내고 뒷심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는 중. 그렇게 높지 않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최근 2회 연장을 확정했다. SBS 측은 “완전체를 이룬 딴따라밴드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됨에 따라, 이들의 밝고 희망적인 성장스토리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요청이 많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가요계는 화려하다. 가수들은 반짝이는 조명 아래, 자신을 지켜보는 수많은 관중들을 향해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그들의 땀은 곧 열정이요, 치열함의 상징이다. 무대 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쾌감이다. 대가 역시 달콤하다. 이들은 좋은 차를 타고 다니고, 언제어디서든지 자신을 지지해주는 팬을 거느리고 있다. 그래서 가수는 늘 동경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그들 스스로 그렇게 높은 자리까지 올라갈 수는 없다. 그들 뒷면에서 어버이의 마음으로 뒷받침해주는 ‘스타메이커’의 고충이 있다. 신석호가 겪었던 ‘방송 출연 제약’은 실제 매니저들에게도 큰 상처를 안기기도 한다.

가요 기획사 이사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했다가 출연을 못하게 된 경우가 있었다. 당시 진짜 방송사에 찾아가 무릎을 꿇기도 했다”며 “만약 이 일을 잘 풀지 못하면 같은 회사 출연 가수들은 그 프로그램에 나가지 못한다. 심각하면 아예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어떤 프로그램에 내 가수를 출연시키고 싶어 무릎을 꿇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가수 매니저는 “인지도 있는 가수는 다르겠지만 신인 가수들 같은 경우는 어떻게든 방송에 한번이라도 얼굴을 내비치게 하고 싶어서 CD를 들고 방송사에 찾아가서 부탁한다. 관계자들의 경조사도 챙기고, 밤에는 같이 술도 마시고, 골프도 치는 등 발품을 파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사진=SBS ‘딴따라’ 방송 캡처
사진=SBS ‘딴따라’ 방송 캡처
딴따라밴드는 신생기획사 망고엔터테인먼트의 가수다. 때문에 그들의 매니저 정그린(혜리)이 자동차 운전, 밥상 차리기부터 첫 방송 무대 콘셉트 잡기, 방송사에 얼굴 도장 찍기 등 온갖 일을 처리한다.

또 다른 가요 관계자는 “가수 매니지먼트는 방송 외에 앨범, 공연 제작까지 신경 쓸 일이 많다. 콘셉트도 잡아야하고 트레이닝, 다이어트에도 신경써야하고, 평소 입고 다니는 옷도 잘 입혀야한다. 여기에 소속가수들의 ‘치어 업(CHEER UP)’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요즘은 다양한 콘텐츠가 필수다. 공식 SNS나 따로 가수 채널을 만들어서 대중들과 소통하는 창구가 필요하다.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뮤직비디오 하나면 됐는데, 요새는 영상 콘텐츠까지 기획하고 준비하기 때문에 ‘스타 메이커’들의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가수가 사고라도 쳤을 때는 그걸 막고, 처리해야하기 때문에 온 회사 직원의 날이 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신석호는 소속 가수를 홀대하는 제작자, 광고주와 맞서 싸우기도 하고, 매니저로서 상황에 따른 재빠른 판단력이 필요할 때 그 역할을 적절히 수행해낸다. 소속 가수의 ‘기’를 살리기 위해 도움을 주는 멘토 역할도 자처한다.

채정안은 앞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나를 위해 무릎 꿇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더할 나위 없이 고맙고 행복한 일이다. 그런 사람들이 바로 매니저다”고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방송 관계자는 “하나의 스타가 탄생하기까지는 수많은 이들의 노고와 수고가 뒷받침된다. ‘딴따라’는 그 과정에 집중했기 때문에 갈수록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듯하다”고 평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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