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운호 게이트’로 속속 드러나는 법조비리를 보면 막장 드라마가 무색해진다. 상습 도박으로 수감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보석 허가를 얻어내려고 100억원대 거액을 뿌렸다는 것부터 놀랍다. 이 과정에서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는 판·검사에게 로비하겠다며 돈을 받아냈다고 한다. 또한 검사장을 지낸 홍만표 변호사는 정 대표가 원정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을 때 검찰에 압력을 넣어 두 차례나 무혐의 처분을 이끌어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도박죄 1년형의 보석 허가에만 수십억원이 오가고, 전관(前官)이 수사까지 중단시킬 정도라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더 가관인 것은 소위 ‘법조 엘리트’라는 그들의 행태다. 최 변호사는 체포과정에서 경찰관의 얼굴을 할퀴고 팔을 물어뜯고 욕설과 폭언을 퍼부었다고 한다. 시정잡배만도 못한 패악질의 극치다. 잠적한 홍 변호사는 전관예우의 실상을 짐작하게 했다. ‘고급 전관’으로 변호사로 데뷔한 그는 2013년 신고소득만 91억원이었다. 고위직 판·검사 출신이 퇴임 후 1~2년 안에 ‘한 장(100억원)을 못 벌면 바보’라는 법조계 주변의 속설이 실감난다.

어떤 범죄든 돈만 있으면 전관을 통해 판·검사까지 움직일 수도 있다는 게 ‘정운호 게이트’가 보여준 현실이다. 법조계가 수없이 자정을 외쳐도 전관예우가 사라지지 않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국내 법률이 지나치게 엄격한 탓이다. 형사처벌 조항만도 8200여개에 달한다. 그 결과 국민 4명 중 한 명이 벌금·금고형을 받은 전과자가 된 정도다. 이런 과잉범죄화로 국민을 옭아맬수록 법조브로커가 활개칠 공간이 넓어지고 전관들의 주머니는 더욱 두둑해진다. 전관들의 비리가 일부의 일탈로 보이지 않는다. 부패를 법이 구조화하고, 법조계가 상시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