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가 중국에 시장경제국 지위(MES)를 부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다. 국제사회로부터 연내 시장경제국으로 인정받으려던 중국으로선 충격이 클 것이다. ‘시장경제국’은 정부 개입 없이 시장에서 가격 임금 환율 등이 결정되는 경제체제를 갖췄다는 뜻이다.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하던 당시 의정서는 중국의 비시장경제국(Non-MES) 지위를 최장 15년 유지해주기로 했다. 중국은 시한이 끝나는 올 12월11일부터는 시장경제국으로 자동 이동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유럽은 이에 동조적이었지만 이번에 중국 정부의 시장개입이 지속되고 있다며 미국에 이어 반대를 나타낸 것이다.

이 문제는 최근 글로벌 무역분쟁에서 핵심이슈다. 중국은 싼 가격으로 수출해도 비시장경제국이라는 이유로 엄청난 관세를 부과받는 게 부당하다며 반발해왔다. EU는 지난 주까지도 중국에 동조적인 입장이었다. 중국이 하루 교역량 10억유로가 넘는 두 번째 교역파트너여서다. 그러던 EU가 불과 며칠 새 반대로 선회한 건 무엇보다 미국과의 공조를 의식한 측면이 크다. 미국은 중국을 시장경제국으로 인정하면 가격교란을 반덤핑관세로 막기 힘들어져 글로벌 산업에 큰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EU만해도 중국이 시장경제국으로 편입되면 역내 GDP가 1~2% 떨어지고, 최대 350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 2005년 중국의 시장지위국 부여에 이미 찬성했다. 교역규모 1000억달러 이상 주요국 중 첫 번째로 인정했다. 대중(對中) 무역흑자가 크다는 점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중국의 시장경제국 지위 문제는 보호주의 흐름과 맞물려 새로운 핫이슈로 부상할 수 있다. 한국과 미국·유럽 간에 갈등이 빚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