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12일 우리·KEB하나·농협은행장에게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과정에서 ‘독자 행동’을 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산업은행 주도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채권은행들이 발을 빼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경고를 보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독자행동 불가' 대우조선 채권단 압박한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금감원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진 원장이 이광구 우리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이경섭 농협은행장과 조찬 간담회를 열고 기업 구조조정 현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간담회에 참석한 은행들은 조선·해운 등 취약업종 기업 및 부실 우려가 큰 기업에 대한 여신이 상대적으로 많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우리·KEB하나·농협은행이 갖고 있는 대우조선해양·현대상선·한진해운 여신은 대출과 보증을 합해 3조3014억원에 달한다. 대우조선해양 여신은 농협은행 1조4947억원, KEB하나은행 8649억원, 우리은행 4884억원 등으로 여신 규모가 크다.

진 원장은 간담회에서 대우조선과 관련해 “구조조정이 신속히 추진되도록 채권은행들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긴밀히 협조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진 원장이) 최근 마치 조선업이 무너지는 것인 양 비쳐지고 있는데 국익에도 도움이 안 되니 불확실성을 빨리 해소할 수 있도록 은행들이 협조해달라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은행장도 “전체 채권단과 함께 움직여야지 특정 은행이 독자적으로 대우조선 여신을 부실채권으로 분류하는 등 비협조적으로 움직여선 안 된다는 경고로 받아들였다”고 귀띔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으나, 올 들어 단 한 건의 수주도 못하자 추가 자구계획안을 제출받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이 자구계획안을 내놓는 대로 경영 정상화를 위한 지원에 나설 계획인데, 이 과정에서 다른 채권은행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문제는 일부 채권은행이 ‘정상채권’으로 분류하고 있는 대우조선 여신을 ‘부실채권’으로 바꾸는 등 대우조선 지원에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데 있다. 진 원장이 이날 ‘산업은행과의 공조’를 세 은행장에 강조한 것도 이런 움직임을 사전에 막으려는 의도라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진 원장은 금융권 빚이 많은 대기업집단(주채무계열)과 부실징후를 보이는 대기업에 대한 신속하고 냉정한 구조조정도 주문했다. 은행들은 이르면 다음주 초까지 39개 주채무계열에 대한 재무구조 평가를 마무리한 뒤 부실 우려가 큰 기업과는 재무구조개선약정 또는 정보제공약정을 맺을 예정이다. 진 원장은 “(재무구조 평가를 할 때) 과거처럼 온정적 시각이 아니라 ‘매의 눈’으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문제가 있는 기업은 신속하고 냉정하게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당금도 충분히 쌓을 것을 주문했다. 그는 “은행이 무리해서 이익을 내려고 해선 안 된다”며 “구조조정을 앞두고 먼저 부실자산을 털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명/김은정/이현일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