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부 내부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익명의 고위인사가 인민일보와의 인터뷰 형식을 빌려 구조개혁을 지연시키는 경제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뒤이어 시진핑 주석이 공산당 간부들을 대상으로 공급측면의 개혁을 설명한 내용이 인민일보에 그대로 공개된 것 등은 과거엔 볼 수 없던 장면들이다. 때마침 외신들은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 경제정책에 불만을 품은 이른바 ‘신(新)마오쩌둥주의자(neo-Maoist)’의 준동 가능성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중국 지도부 내부에서 경제정책을 둘러싸고 내홍이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곧 중국경제 향방에 또 다른 변수의 등장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갖게 한다.

그동안 중국은 구조개혁을 말해왔지만 은행들이 막대한 기업부채를 출자로 전환하고, 정부가 보조금을 남발하면서 ‘좀비기업’을 구제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고위인사가 인민일보 인터뷰를 통해 이를 공개 비판했다는 건 이런 정책을 주도한 이들과의 갈등을 그대로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시진핑 주석이 중국이 하는 공급측면의 개혁은 서구와는 다르다며,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 혼동하지 말라고 한 발언도 예사롭지 않다. 공급측면의 구조개혁을 두고 중국 지도부 내부에 복잡한 노선 투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라고 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주석은 외교·안보 분야를 총괄하고, 총리는 경제정책을 총괄해왔음에 비춰봐도 이례적인 일이다. 시진핑 주석의 경제정책 강연은 그 자체로 리커창 총리에 대한 견제 내지 비판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시 주석이 경제성장 둔화로 일자리를 위협받는 빈곤층이 정부로부터 충분한 복지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신마오주의자의 도전으로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석이 그렇다. 벌써부터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경제정책 사령탑이 도대체 누구냐며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차이나 리스크’가 경제를 넘어 자칫 정치로까지 확산되는 게 아닌지 예의주시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