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12일 오후 4시21분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이 국내 은행·기업 최초로 중국 본토에서 위안화로 표시된 채권(판다본드)을 발행한다. 미국(달러화) 유럽(유로화) 일본(엔화) 등에 한정돼 있던 국내 은행과 기업의 외화자금 조달원을 중국으로 확대하는 선도적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12일 정부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올해 하반기 판다본드를 발행하기로 하고, 지난달 말 국내외 주요 은행·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냈다. RFP를 받은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사전 수요 조사(태핑)를 해봐야겠지만, 채권 발행 규모는 최소 5억달러(약 32억7000만위안) 상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에게 제시할 금리는 중국 국책은행인 국가개발은행(CDB)의 채권 유통금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정해질 전망이다. CDB의 채권 유통금리는 지난 11일 기준 3년 만기가 연 2.95%, 5년 만기는 연 3.21%다.
[마켓인사이트] [단독] 수출입은행 '판다본드' 첫 발행
"기업 위안화 조달 기준 만들자" 輸銀이 총대

중국 정부는 2005년 외국인에게 본토 내 위안화 채권 발행을 허용했다. 그러나 판다본드를 발행한 곳은 국제금융공사(IFC), 아시아개발은행(ADB), HSBC, 다임러AG,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정부 등 10곳(발행액 총 225억위안)에 불과했다.

수출입은행이 판다본드를 발행하기로 한 것은 국내 기업과 은행의 위안화 자금 수요가 커진 상황에서 국책은행이 나서 벤치마크(기준)를 세울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정부가 처음으로 중국 본토에서 30억위안어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연 3% 금리로 발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중국 정부는 작년 10월 리커창 총리의 방한 당시 양국 정상이 합의한 ‘한·중 통화·금융 협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한국 정부의 판다본드 발행을 승인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업과 은행의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 수요는 커졌는데 선례가 없어 발행에 나서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수출입은행이 이번 판다본드 발행에 성공하면 다른 시중은행과 기업도 잇달아 발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시중은행인 우리은행도 수출입은행의 뒤를 이어 판다본드를 발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아직 판다본드시장이 성숙하지 못한 상황인 데다 판다본드 발행 시 국제 회계기준(IFRS)이 아닌 중국 회계기준(CAS)을 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발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CAS를 따라야 할 경우 회계기준 변경으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은 이르면 다음주 판다본드 발행 실무를 맡을 금융회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HSBC증권과 중국공상은행을 포함해 총 4~5곳이 선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헌형/정소람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