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중국의 창업열풍
사마천의 ‘화식열전’을 보면 중국은 돈 버는 일을 천시하지 않는 전통이 있다. 중국에서 오래 살아 보니 ‘중국인은 태어나면서 상업적인 유전자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의 명문대 졸업생은 대기업 취업보다 벤처기업 취직이나 창업을 선호한다. 중국에선 하루에 1만개에 달하는 기업이 새로 생겨나고 있다.

베이징 중관춘과 상하이, 광둥성 선전과 광저우 등이 중국 창업 열기를 대변하는 곳이다. 이 지역엔 정부의 직·간접 지원으로 창업 관련 인프라가 완벽하게 구축돼 있다. 저리의 대출과 연구비도 제공된다.

이곳에선 24시간 내내 불이 꺼지지 않는다. 얼마 전 선전과 광저우를 방문했을 때 새벽 1시에도 회의실에서 연구 아이디어 토론을 하거나 업무에 지친 청년들이 건물 계단에 주저앉아 담배를 피우는 광경을 목격했다.

선전에서 창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사람은 마싱루이 선전시 서기다. 그는 하얼빈공과대 출신으로 박사 원사 교수 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그리고 항공우주와 중국 원자력 책임자, 공업과 정보통신부 차관을 지내 과학과 기술분야에서 중국 최고 인물로 꼽힌다. 마 서기는 “청년사업가는 교만함과 성급함을 경계하라”고 가르친다. 또한 “몽상이 아닌 현실에 기반해 실질적인 것을 추구하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모방, 복제를 뛰어넘는 높은 수준의 창업만이 성공하는 길이며, 자기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위대한 이유는 꿈을 꾸기 때문이다. 필자는 한국의 미래가 젊은이들의 꿈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는다. 한국의 많은 젊은이가 독서실에서 공무원시험 준비나 대기업 입사에 필요한 영어공부 같은 스펙을 쌓기 위해 귀한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하니 안타깝다. 물론 그게 비단 젊은이들만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긴 하지만 말이다.

글로벌 시장은 세계 프로들이 모여 한판 승부를 겨루는 살벌한 전쟁터다. 이웃 중국 청년들의 창업 열풍은 우리에게 엄청난 도전이다. 최근 ‘한국 대학생의 장래 희망직업이 임대업이고, 부모가 바라는 자녀 직업이 공무원’이란 보도를 봤다. 이게 사실이라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 젊은이들을 ‘집토끼’로 키워선 안 된다.

조평규 중국 옌다그룹 부회장 pkcho12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