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재테크 수단이 된 시프트
“도시계획시설 건설을 앞두고 철거가 예정된 주택 매물을 여럿 갖고 있습니다. 웃돈 몇천만원만 투자하면 1년 반 뒤에 서울시 시프트(장기전세주택)에 들어가 최장 20년까지 살 수 있습니다.”(시프트 입주 알선업자)

기자는 철거민용 시프트 입주 알선을 전문으로 한다는 한 중개업자 사무실을 찾았다. 오는 16일부터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강남권 등에서 시프트 900여가구 공급을 시작하면서 편법 입주를 알선하는 전문업체들 움직임도 활발하다는 제보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시프트는 중산층에도 안정적인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요구에 따라 2007년 도입된 전세 임대주택이다. 도심권 새 아파트인 데다 전세 보증금도 주변 시세의 80% 수준에 불과해 수요자들 사이에선 ‘전세 로또’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기자와 만난 알선업자는 수천만원만 투자하면 최장 20년 동안 시프트에서 거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알선업자들은 시와 자치구의 사업 설명회, 현지 공인중개업소 등을 통해 어느 지역에 도시계획시설이 들어서고 어떤 주택들이 철거되는지를 파악한 뒤 집주인과 접촉해 매물을 확보한다. 시프트 입주를 원하는 수요자는 예상 보상가격에다 웃돈을 얹어 철거 예정 주택을 구입하고 주택이 철거되면 시프트 입주권을 받는 방식이다.

“철거민용으로 보장된 시프트는 일반 공급분과 달리 소득과 자산 기준이 없는 데다 2년마다 돌아오는 재계약 심사도 까다롭지 않고 자식에게 입주권을 물려줄 수 있어 부유층들도 많이 찾는다”는 게 전문 중개업자의 말이었다. 올해 공급 물량만 봐도 철거민 등에게 배정된 우선·특별공급(519가구)이 추첨을 통한 일반공급 물량(411가구)보다 많다.

인터넷만 검색해도 관련 사이트를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서울시와 SH공사로선 손쓸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법으로 금지된 임차권 양도·전매·알선 행위가 아닌 정상적인 주택 거래라 어쩔 수 없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중산층 주거 안정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상을 위해 도입한 시프트 제도가 일부 중산층 가구의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홍선표 건설부동산부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