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사람이 직접 차 운전하는 게 불법화되는 날이 다가온다
사람의 의식을 일깨우고 두뇌활동 능력을 두 배로 늘리는 약이 개발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앞다퉈 약을 사려고 할 것이다. 학문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기업들은 혁신적인 상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시민들이 영리해지면, 정부가 제도를 바꿔야 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사회 전체가 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간이 흘러 부작용이 드러나면 상황은 또 바뀔 수 있다. 약을 복용한 사람들이 분노조절 장애를 일으켜 사람을 죽이는 일이 늘어난다고 가정해보자. 약을 복용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이 서서히 죽어간다는 가정까지 해보자.

제 아무리 약의 효능이 분명하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그 약을 사는 걸 금지하려 들 것이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계속 약을 복용하겠다는 사람들과 약을 금지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충돌이 있겠지만 결국 후자가 이길 가능성이 크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 이야기는 자동차 운전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자동차는 수십 년간 인류의 삶에 풍요를 가져다 주고 업무의 효율을 높여 줬다. 그러나 동시에 해마다 세계적으로 약 120만명이 자동차 사고로 죽고 있다. 자동차 연기는 도시 공기를 더럽히는 스모그의 주요 원인이다. 스모그가 심한 날이면 신생아와 노인들은 기침을 하고 심지어 호흡기 환자가 죽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우리 사회가 자동차 운전을 금지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자동차 운전을 금지하면 이득보다 손해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인자동차 기술이 이 문제들을 해결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오랜 시간 자동차업계는 인명사고를 줄이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했다. 브레이크를 개선하고 타이어도 개량했다. 안전벨트 착용을 법으로 강제하고 내비게이션도 도입했다. 하지만 자동차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다.

무인자동차 기술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더불어 최적의 경로로 운전을 하기 때문에 이동시간을 줄일 수도 있다. 급가속, 급정거가 사라져 연비가 개선되고 환경오염도 줄어들 것이다. 더 나아가 일부 전문가는 2030년쯤이 되면 선진국에서 사람의 운전이 전면 금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파격적이어서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지금의 시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과거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일어났다. 미국 미시간주의 맥키낙 섬 사람들은 자동차가 말을 놀라게 한다는 이유로 1890년대부터 도로에 차가 다니지 못하게 했다. 1923년에는 아예 자동차주행 금지법을 만들었다. 놀랍게도 이 섬에는 지금도 소방차와 경찰차 외 모든 차량 운전이 금지돼 있다.

1919년 푸에르토리코의 여권운동가 루이자 카페틸로는 바지를 입고 공공장소에 나타났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혔다. 범죄 요건이 성립되지 않아 풀려나기는 했지만, 당시 사람들은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바지를 입는 행위를 도둑질과 같은 범죄로 여겼다.

마찬가지로 지금은 자동차 운전이 금지된다는 말이 허황하게 들릴 수 있지만, 2030년쯤엔 반대의 반응이 나올 수 있다. 위험하게 차를 직접 운전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지금 우리가 내비게이션을 켜지 않고 지도를 펼쳐보는 사람을 이상하게 보는 것처럼.

이런 사회가 오면 우리 사회는 큰 변화를 피할 수 없다. 무인 택시가 상용화되면, 택시 운전자 대부분은 직장을 잃을 것이다. 현재 전국의 택시 운전자가 대략 29만명이니 4인 가정을 기준으로 100만명 넘는 사람이 생계를 고민해야 한다.

사고가 줄면서 자동차 정비업과 관련 보험시장도 축소될 것이다. 차가 덜 팔리면 자동차업계도 시장 축소를 피할 수 없다. 이런 일이 일어나기까지 불과 10여년 남았다.

바깥 세상이 기술 발전이 가져올 미래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사이, 한국 사회는 내부 이슈를 해결하느라 미래에 충분히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권력투쟁에 매달려 민생을 뒷전으로 하고 규제개혁을 미루면 미래는 어둡고 국민의 삶은 힘들어진다.

기업이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는 데 매달려 미래를 위한 투자를 미루면, 차세대 성장동력을 구하지 못해 경제성장은 둔화할 수밖에 없다.

김용성 <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