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막걸리 수출 2011년 1만8천767→2015년 2천972톤…84% 급락
최근 감소세 둔화로 수출 증대 기대감…'과거 영광 재현 날갯짓'


한때 와인을 누를 정도로 열풍을 일으켰던 막걸리 판매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막걸리는 한동안 일본 전통술인 사케보다 많이 팔릴 정도로 인기였지만, 일본 시장 판매가 둔화하면서 해외 수출도 끝모르게 추락하고 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경기도 막걸리 제조업체들이 최근 새로운 막걸리를 개발, 일본을 비롯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는 등 사그라진 막걸리 열풍의 불씨를 되살리려 애쓰고 있어 반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한때 잘 나갔는데'…막걸리의 굴욕
'싸구려 술' 정도로 여겨지던 막걸리가 비상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겨울부터다.

한류 붐과 함께 발효주인 막걸리가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국내외에서 인기를 모았다.

국내에서는 편의점에서 막걸리 매출량이 와인 매출량을 앞질렀고, 일본과 홍콩 등 한류 열풍이 불어닥친 외국으로의 수출이 많이 증가했다.

2009년 국세청 주류출고량 집계에 따르면 막걸리의 수출량이 2007년 4천312㎘에서 2008년 5천457㎘로 26.6% 증가했다.

특히 한류 붐과 함께 발효주인 막걸리가 건강에 좋다는 인식 확산으로 2008년 막걸리 전체 수출량의 약 90%는 일본으로 넘어갔다.

막걸리의 예상치 못한 열풍에 정부도 2009년 8월 '우리 술 산업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해 전통술의 질을 고급화하고 종류를 다양화해 내수시장도 키우고 수출길도 넓히려고 노력했다.

경기도내 막걸리 제조업체들도 막걸리 수출증대를 위해 공장을 넓히고 새로운 막걸리 개발에 힘을 쏟았다.

끝없을 것만 같았던 막걸리의 인기는 그러나 2011년을 정점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2011년 경기도내 막걸리 제조업체의 수출물량은 1만 8천767톤, 수출금액은 1천950만6천달러(227억7천만원)를 기록했다.

역시 일본으로의 수출이 물량의 95%, 수출액의 96%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일본 외에는 중국과 미국으로 200∼300톤가량을 수출했고, 대만이나 홍콩, 캐나다 등은 판촉이나 시제품 선보이기 수준이어서 30톤 미만이었다.

그러나 2012년 초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으로 한일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돼 일본 내에서 혐한 시위가 일어나면서 막걸리 수출은 급락했다.

2012년 일본으로의 막걸리 수출물량은 전년도 1만 7천943톤에서 54%나 줄어든 8천149톤으로 반 토막이 났다.

혐한 분위기뿐 아니라 일본의 '엔화 약세'가 한몫을 하면서 막걸리 일본 수출은 2013년도 3천2톤, 2014년도 2천535톤, 지난해 2천115톤으로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에도 막걸리 해외 수출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물량은 6.3%, 금액은 9.5%가 감소했다.

그러나 감소폭이 과거에 비해 크지 않아 막걸리 수출에 대한 희망을 불러일으킨 점은 다르다.

올 상반기 경기도 막걸리 수출 물량은 701톤으로 지난해 747톤에 비해 46톤밖에 줄지 않았다.

일본으로의 수출물량도 554톤에서 551톤으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 "막걸리 열풍 다시 살리자"…'제2 수출붐' 노리는 업체들
추락하던 경기도 막걸리 수출이 이제는 부활의 날갯짓을 하기 시작했다.

경기도도 막걸리 업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힘을 보태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2011년 최고 전성기를 누렸던 경기도 막걸리 수출이 지난 5년간 87%나 하락했지만, 최근 도내 막걸리 수출업체들의 수출활성화 움직임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막걸리 제조업체들은 일본과 미국, 중국 등으로의 수출 증대를 위해 현지 주류 트렌드에 맞는 막걸리를 개발하는 등 자구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대농바이오영농조합법인은 지난달 19일 미국 LA와 시카고에 '춘향 막걸리' 40톤(10만 달러)을 수출했다.

미국으로의 첫 수출이다.

춘향 막걸리는 산양삼에서 추출한 사포닌의 함량을 높인 신제품으로 건강한 술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했다.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안전성도 입증받았다.

이 조합은 2020년까지 미국뿐 아니라 일본, 인도네시아, 중국,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 7개국에 1천만 달러 어치의 막걸리를 수출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30톤에 불과했던 일본으로의 수출 물량을 올해는 100톤으로 늘렸다.

그만큼 일본내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평에 있는 우리술도 알코올 3%대의 저도수 막걸리 '미쓰리 그린(me3 green)'을 개발해 이미 해외 6개국에 수출한 데이어 올해 초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제주감귤 막걸리'를 선보이며 젊은 소비자층을 공략하고 있다.

화성에 위치한 배혜정도가는 알코올 도수를 10도 이상으로 높이고 유리병으로 포장재를 고급화한 프리미엄 막걸리를 개발해 승부수를 띄웠다.

배혜정도가는 다음 달 상하이·타이베이 국제식품박람회에 출품해 해외 바이어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막걸리 업체들의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자 경기도도 지원에 나섰다.

도는 우리술과 배상면주가, 포천막걸리, 이동주조, 양주탁·약주제조㈜ 등 도내 5개 막걸리 제조업체에 수출용 포장재 5만여 개의 제조비용을 50% 지원하기로 했다.

또 수출실적에 따라 수출물류비도 일부 지원하고, 경기미를 사용해 막걸리를 만들면 경기미 구입비용도 일부 보전해 줄 계획이다.

대농바이오영농조합법인의 황성헌 회장은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일본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 한류문화가 살아나면서 막걸리에 대한 관심과 수요도 커지는 것 같다"면서 "현지 입맛에 특화된 막걸리를 제조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hedgeho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