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한혜리 기자]
배우 이재준 / 사진=조슬기 기자 kelly@
배우 이재준 / 사진=조슬기 기자 kelly@
배우 이재준 / 사진=조슬기 기자 kelly@
때에 따라 감정이 다르듯이 환경에 따라 연기자들의 연기도 달라진다. 무대 위에서 연기가 다르고, 스크린에서의 연기가 다르다. 브라운관에서의 연기 역시 다르다. 배우 이재준은 지난달 29일 종영한 KBS1 일일드라마 ‘우리집 꿀단지’를 통해 이러한 차이를 배웠다. 배움은 성장을 부르기 마련이다. 이재준은 지난 7개월간 몸소 터득한 배움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다. 이재준은 현장의 가르침을 통해 철저한 자기반성에도 임했고, 앞으로 달려나가는 추진력도 생겼다. 이재준은 이제 그 누구보다 완벽하게 성장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10. 긴 호흡의 드라마를 마쳤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가.
이재준 : 아직까지 실감이 안 난다. 하하. 7개월가량을 촬영해서인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후련하면서도 아쉽기도 하고, 또 어쩔 땐 시원하기도 하고. 촬영할 땐 ‘끝이 오긴 하는 건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마지막을 마주하고 나니 기분이 묘하다.

10. 어른들이 많이 알아보지는 않던가.
이재준 : 맞다. 예전보다 어른분들이 많이 알아봐 주신다. 특히 할머니나 할아버지께서 많이 알아봐 주시는데, 할머니들께서는 “착한 마루”라고 하시면서 손주 대하듯이 엉덩이를 토닥여주시기도 한다.(웃음) 그럴 때마다 많이 사랑해주셨다는 걸 느낀다.

10. 전작 Mnet ‘더러버’는 굉장히 트렌디한 드라마였고, 이번 드라마는 전통 있는 일일드라마였다. 현장의 느낌이 상당히 달랐을 것 같다.
이재준 : 중간에 tvN ‘두 번째 스무살’에 출연해서인지 트렌디한 드라마에서 정극으로의 전환이 어렵지는 않았다. 큰 괴리감은 없었다. 하지만 확실히 다른 점은 있었다. ‘우리집 꿀단지’ 같은 일일드라마는 극이 진행되는 템포도 빠르고 말로 다 설명해야 하더라. 촬영 스태프 수도 훨씬 많았고. 환경적인 부분이 많이 달랐다.

10. 연기하는 톤도 달랐겠지?
이재준 : 그것 때문에 초반에 굉장히 힘들었었다. 모니터했더니 혼자 영화 연기를 하고 있더라. 좀 많이 튀었지. 주변에서 드라마 연기를 해야 한다고 조언을 많이 들었다. 사실 이재준이란 사람은 말도 느리고, 행동도 느린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표현을 크게 해야 하는 드라마 연기가 많이 낯설었다. 안 하던 걸 하려니 굉장히 어려웠는데 점차 촬영을 진행하면서 나와 연기 사이에 괴리를 타협해나가기 시작했다.

10. 그 타협점은 언제부터 찾은 것인가.
이재준 : 정확한 시점은 없다. 타협의 과정은 아마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을 거다. 끝났지만 지금도 그 타협점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톤을 찾아 나가고, 작품마다 다른 호흡과 템포를 공부하고 있다.
배우 이재준 / 사진=조슬기 기자 kelly@
배우 이재준 / 사진=조슬기 기자 ke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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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본인이 생각하는 일일드라마 연기의 특성은 무엇일까.
이재준 : 음, 일단 시청자들의 연령대가 높다는 거지. 기술적인 부분으로 보면, 일일드라마는 대사로 모든 것을 표현해내고 소리가 커야 한다. 표정도 과장될 정도로 크게 표현해야 하고,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미니시리즈는 조금 세심한 면이 있잖아. 이번 드라마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배우에게 필요한 게 뭔지, 배우가 해야 할 건 뭔지 더 알게 된 것 같다.

10. 지난 2015년 ‘더러버’ 때와 비교해, 본인의 달라진 점을 느끼는가.
이재준 : 아무래도 1년이 지났고, 그사이 내게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내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려고 하고, 말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혼잣말도 많이 해보고, 뭔가 많이 표현해보려 노력 중이다.

10. 주연이라는 데에서 오는 부담감도 남달랐을 것 같다.
이재준 : 의외로 부담감은 크게 갖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일일드라마는 출연진 하나하나가 주인공이었다. 나 혼자만 주인공이란 생각을 많이 안 했던 것 같다. 그저 촬영하고 일할 수 있다는 거에 대해 감사했을 따름이지.

10. KBS1 ‘우리집 꿀단지’의 상대 배우 송지은과의 호흡은 어땠나.
이재준 : 둘 다 낯을 가리는 스타일이었다. 처음엔 엄청 어색했다. 하하. 극 중에서 마루(이재준)와 오봄(송지은)이 말을 놓기로 하는 장면이 있는데, 우리도 그때 말을 놨던 것 같다. 그때부터 동갑내기 친구로 편하게 지내며 연기했다.

10. 강마루(이재준)와 본인이 닮은 점이 있는가.
이재준 : 닮은 부분도 많고, 다른 부분도 많다. 내가 직접 말하긴 쑥스럽지만, 착한 성격이 많이 닮은 게 아닌가 싶다. 하하. 선생님들께서도 내게 착하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시거든.(웃음) 사실 마루 연기 덕분에 성격이 더 온순하고 착해진 것도 있다. 다른 점은, 마루는 우유부단하다는 거? 나 같은 경우, 말을 하거나 안 하거나 도중에 끊는 법이 없다. 반면 마루는 말을 하려다 말고, 애매하게 여지를 남기는 경우가 많았다.

10. 극 중 오봄과 사랑을 이루는 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재준이 강마루라면 모든 걸 다 제치고 사랑에만 ‘올인’할 수 있을까.
이재준 : 연기하면서도 두 사람의 얘기를 보면 굉장히 답답하고 안타까운 부분들이 많았다. 마침내 사랑을 이루려고 하는데 미국에서 제니가 등장하고. 빨리 결혼하고 사랑의 결실을 맺고 싶었지만 마음처럼 안되더라. 그렇지만 이게 드라마의 묘미겠지.(웃음) 내가 강마루라면 아마 그렇게까지 오봄을 사랑하진 못했을 거다. 아직까지 내겐 일을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준비가 돼 있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사랑에 ‘올인’은 어려울 것 같다. 하하.
배우 이재준 / 사진=조슬기 기자 kelly@
배우 이재준 / 사진=조슬기 기자 ke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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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쌓여가는 필모그라피를 보는 기분도 남다를 것 같다.
이재준 : 아직 무언가 해냈다는 기분은 들지 않는다. 난 아직 성장하는 길목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씩 배우는 과정이지. 이 작품을 통해서는 ‘호흡’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부족한 부분도 많이 느꼈다. 난 미래를 중요시하는 타입이다. 그래서인지 다음 작품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다음 작품이 뭐가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부족한 부분을 채워둘 예정이다.

10. 지난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참고:이재준, 부드러움 속 카리스마, 그게 나에요(인터뷰))에서는 무언가에 꽂히면 다른 말을 듣지 않는 편이라고 하던데, 지금 꽂혀있는 건 무엇인가.
이재준 : 아무래도 연기겠지. 기술적인 부분에 꽂혀있는 편이다. 발성이나 화술 등을 발전시키고 잘못된 부분을 고치려고 노력 중이다. 예전엔 인터뷰할 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면, 이제는 그게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좀 더 많은 얘기를 하려 하고 개선해 나가려 한다. 물론 감성적인 부분도 꾸준히 채워나가고 있다. 아직 작품이 끝난 지 얼마 안 돼서 인지 머릿속에는 연기로 가득하다. 아마 배우 생활에 있어 나의 부족함을 깨달은 지금이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10.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는 무엇인가.
이재준 : 사극, 느와르 등 많은 장르를 해보고 싶긴 한데, ‘우리집 꿀단지’의 마루랑 보미의 알콩달콩한 연기가 아쉽더라. 더 많이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해보고 싶다. 한 번쯤은 완전 달달하고 꿀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하하.

10. 어떤 배우로 대중들의 기억에 남고 싶은가.
이재준 :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내 빈틈들을 채우고 꾸준히 노력해야겠지. 내 롤모델이 전도연 선배님이다. 많은 사람들이 전도연 선배님 연기를 믿고 보잖아. 언젠가는 선배님처럼 한국을 나아가 세계적으로 연기력을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

10. 마지막으로 앞으로 달려 나갈 자신에게 응원을 전한다면?
이재준 : 연기 활동을 시작한 지 이제 4년이 됐다. 나 스스로에게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고 전하고 싶다. 어느 위치에 있건, 어떤 상황에 처했건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의 마음과 지금의 마음을 끝까지 잃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파이팅!

한혜리 기자 hyeri@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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