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천동에 있는 절삭공구회사 와이지-원 공장은 지난 6일 임시공휴일에도 분주히 돌아가고 있었다. 로봇이 엄지손가락만 한 특수강 소재를 투입하자 절삭유가 분사되며 ‘윙’하는 소리와 함께 기계가 움직였다. 끝이 뾰족하게 깎인 공구는 다이아몬드 등 특수합금 코팅 과정을 거친다.
송시한 와이지-원 부사장이 대표적 절삭공구인 엔드밀의 제조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현동 기자
송시한 와이지-원 부사장이 대표적 절삭공구인 엔드밀의 제조공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현동 기자
◆“고가 시장 공략 나설 것”

송호근 와이지-원 회장의 장남인 송시한 부사장은 “제품 수명을 늘려주는 코팅 기술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어 관련 연구개발(R&D)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0만분의 1인치까지 측정 가능한 검사기기를 통과하면 공작기계에 부착돼 금형 등을 다듬는 절삭공구인 엔드밀(end mill)이 완성된다.

송 부사장은 “항공기 부품가공 등 고부가가치 시장을 공략해 전년 대비 30% 이상 매출을 늘리는 것이 목표”라며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올해가 고도 성장의 전환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81년 창업한 와이지-원은 세계적 투자자인 워런 버핏이 투자한 회사로 유명하다. 대표적 절삭공구인 엔드밀 분야 세계 1위 회사다.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75개국 수출로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아우디, 필립스 등에 공구를 납품한다. 작년 매출은 3220억원으로 전년 2977억원 대비 10%가량 늘었다. 영업이익도 317억원에서 394억원으로 뛰었다.

와이지-원은 지속 성장을 위해 고가 제품군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항공 부품가공 분야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송 부사장은 “항공기 부품을 가공하는 ‘스페셜 공구’는 가격이 비싼 만큼 고도의 정밀성을 필요로 한다”며 “항공기 회사들이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등 신소재를 도입하면서 이를 다루는 공구에 대한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와이지-원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항공 테크센터’를 설립해 지난해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북미 항공시장 공략을 위한 ‘전진기지’다. 인근에 있는 보잉, 에어버스 부품업체들과 공동 R&D 및 공구 생산 등을 하고 있다.

인덱서블 공구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붙일 예정이다. 인덱서블은 와이지-원의 주력 분야인 솔리드 공구와는 달리 날 부분만 갈아 끼우면 된다. 세계 시장 규모는 117억달러로, 솔리드(63억달러)보다 두 배가량 크다. 송 부사장은 “인덱서블은 솔리드에 비해 정밀 가공이 힘든 게 단점인데 이를 보완하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조직 체질 개선에 초점”

와이지-원은 영업 및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현장을 찾아 고객사 측면에서 사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송 부사장은 고객사용 홈페이지 개선을 예로 들었다. 그는 “공구 종류만 10만가지가 넘어 신규 고객사는 어떤 것을 쓰는 게 좋은지 혼란을 겪는 일이 많다”며 “제품 종류, 사용 소재 등 각각의 상황에 맞는 공구를 제시하는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직의 체질 개선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해외 법인이 총 18개에 이르는 등 회사가 커지면서 더 이상 주먹구구로 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송 부사장은 “업무 프로세스 표준화, 전산 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