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란을 '중동의 블루오션'으로 만들려면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방문이 성공리에 끝났다. 경제사절단에 끼여 필자도 이란에 이어 중동의 양대 산맥인 사우디아라비아까지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같은 무슬림이지만 종파와 언어, 생김새까지 다른 이 두 나라의 수도 테헤란과 리야드에서 느낀 하나의 공통점은 둘 다 경제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란은 오랜 경제제재 질곡에서 벗어나 새로운 투자유치를 통해 경제를 최대한 빨리 정상수준으로 회복한다는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사우디도 유가하락의 충격을 완충하기 위해 국왕의 아들이면서 경제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31세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비전 2030계획’이 연일 최대 화제가 되고 있었다. 둘 다 단시간에 이루기 쉬운 목표는 아니지만 정치로 점철된 중동의 양대 국가가 경제 쪽으로 ‘올인’하고 있는 모습이 우리에게는 결코 나쁘지 않다.

문제는 이런 환경을 한국이 어떻게 비즈니스에 잘 활용하느냐 하는 것이다. 중동이 한국을 바라보는 관점은 일관성이 있다. 자원도 없이 반세기 만에 산업화에 성공해서 높은 제조기술과 개발경험을 축적한 한국 기업들을 끌어들여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다. 서구 기업에 없는 한국인의 양보정신이 마음에 들고, 같은 동양인 중에서도 비교적 차가운 일본이나 질적으로 부족한 중국과도 차별화된다.

그렇다고 거저 주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들이 누구인가. 중국 상인도 울고 간다는 페르시아 상인이고 아라비아 상인이다. 관심 있는 나라들을 다 끌어들여 경쟁을 통해 가격을 낮춰 최대한의 이익을 추구한다. 물론 일단 친구가 되면 관계가 오래가고 남보다 친구를 배려하는 동양적인 면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도 이런 그들의 특성과 생각을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한다. 우선 눈앞에 보이는 수주에만 급급해서 경쟁과정에 이용만 당해서는 안 된다. 수익성을 확실히 챙기고 수금도 확실히 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현지 기업들과의 네트워크도 확대해야 하고, 긴 호흡으로 장기적인 사업 발판을 구축하기 위한 친분과 신뢰도 쌓아 나가야 한다.

그러나 최근 한국 기업들이 중동에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면 이런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수주하기에 바빠 우리끼리 과당경쟁을 하고 저가수주를 하는가 하면, 수익성이 낮아 공사할수록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고, 중동 곳곳에서 공사비를 받지 못해 쩔쩔매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번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통해 6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53조원에 달하는 수주성과를 올렸다고 한다. 1월에 서방제재가 해제된 이후 우리가 발 빠르게 움직였고 많은 성과를 올린 점을 축하해 주고 싶다. 거대한 이란시장의 빗장은 열렸다.

게임은 이제부터다. 이란은 틀림없이 한국을 다른 나라와 경쟁시킬 것이다. 우선 확실하게 수주하되 반드시 이익이 남는 조건으로 수주해야 한다. 또 공사대금을 차질 없이 수금해야 한다. 그러나 수주는 한국이 금융을 얼마나 동원해 줄 수 있는지에 달렸고, 수익성은 입찰과 수행과정에서의 경쟁력에 달렸으며, 수금은 미국이 나머지 제재들을 언제 얼마나 안정적으로 해제할지에 달려 있다.

한마디로 아직 불확실성이 많다는 것이다. 기업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중요한 이유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중동의 양대 라이벌 중 어느 한쪽에만 치우치는 우를 범한다면 그건 단견이다. 조만간 사우디아라비아에도 균형외교를 위해 고위 정부대표단을 보낸다니 다행이다.

이번에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실속을 확실하게 챙기는 한국 상인들의 야무진 중동시장 공략모습을 기대해 본다.

권태균 <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주 UAE 대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