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 47곳이 직접 고용한 청소·경비업무 종사자들에게 최저임금보다 높은 생활임금을 지급하고 있고, 내년에는 이런 지자체가 70곳에 이를 것이라는 한경 보도(5월6일자 A1, 4면)다. 각 지자체의 생활임금은 시간당 평균 7076원으로, 법정 최저임금(시급 6030원)보다 17.3% 높다.

지자체들은 물가와 근로자 상황 등을 고려해 최저생활비를 보장해주자는 것이 생활임금의 취지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1986년 최저임금법이 제정된 취지이고, 그 목표는 이미 달성한 상태다. 오히려 노동계가 전국 사업장의 임금을 올리는 전략으로 활용하면서 최저임금은 2001년 이후 연평균 8.8%씩 올라 나라 경제에 엄청난 주름살을 지우고 있다. 인건비 부담을 이기지 못한 사업주들이 고용 규모를 축소하면서 최저임금선상의 근로자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부작용을 초래한 것이 최저임금제다. 최저임금은 그나마 노사공익대표들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하지만 생활임금은 지자체가 멋대로 시행하는 만큼 그 부작용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지자체 용역 등을 발주할 때 생활임금제 도입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민간에 이 제도를 강제한다면 최저임금제는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 법제처는 이미 생활임금제가 최저임금제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바도 있다.

생활임금은 결국 해당 지역민들의 세금으로 주는 것이다. 생활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 가운데 인건비 비중이 80%를 웃도는 곳이 10곳에 이른다. 재정자립도가 12.2%밖에 안 되는 지자체도 있다. 살림이 거덜나면 또 중앙정부에 교부금 타령을 할 것인가. 정치인들이 제멋대로 임금 수준을 약속하고, 국민 세금으로 생색을 내는 나쁜 버릇이 전국적으로 번져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