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화웨이와 20대 국회의 과제
2007년 중국 상하이로 출장을 간 적이 있다. 호텔 시설은 화려했지만 편의성은 국내에 비해 한참 못 미쳤다. 몇 가지 불편한 점이 있어 호텔 지배인에게 전달하려 했는데 일행 중 한 명이 말렸다. “불편사항을 반영해 진짜로 개선해버리면 어떻게 합니까.” 쓴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지난해 1월 중국 인민외교학회 초청으로 베이징을 방문했다.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국회 한·중 차세대 정치지도자 포럼 소속 여야 국회의원 7명이 화웨이를 찾았다. 화웨이는 통신네트워크와 기업 정보기술(IT) 설비 분야에서 이미 세계 1, 2위를 다툰다. “휴대폰 분야에서 삼성이나 애플을 언제 제칠 수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화웨이 관계자는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2~3년이면 된다”고 대답했다. 1년 남짓 지난 지금 생각해보니 이미 제치고 앞선 것 같다.

우리는 지난 제20대 총선으로 민심의 지각 변동을 경험했다. 원인과 배경에 대한 해석이야 어떻든 핵심은 이제 국회가 변해야 한다는 데 있다. 특히 참패한 새누리당은 더욱 그렇다. 혁명적인 변화가 없으면, 새누리당은 거대한 전환의 시기에 나라를 이끌어 갈 수 없다.

그 신호는 한국 경제의 허리에 해당하는 부산·울산·경남의 산업벨트 붕괴를 새누리당이 읽어내지 못한 데서 이미 시작됐다. 이곳은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등 대한민국 주력 산업이 집중돼 있는 지역이다. 새누리당은 부산에서 5석, 경남에서 4석을 야당에 빼앗겼다. 울산에선 6석 의석 중 절반인 3석만 얻는 데 그쳤다.

새누리당의 선거 참패는 집권 여당이 주력 산업의 위기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위기 상황에 대해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지 못한 데 대한 심판이다. 국가 경제가 침몰하느냐 마느냐의 위기 상황에서, 집안싸움에만 매몰된 염치없고 무능한 여당에 대한 국민적 단죄였다.

이제 제20대 국회가 곧 문을 연다. 무엇이 가장 중요한 과제인지는 명확하다. 주력 산업의 위기를 포함한 국가적 위기를 어떻게 풀 것인지 그 대안을 마련하고, 이를 실행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우리 가장들의 현재 일자리와 우리 자녀들의 미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개혁을 위해 여당과 야당, 정부가 힘을 모아야 한다. 머뭇거릴 여유조차 없다.

김용태 < 새누리당 국회의원 ytn@na.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