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금융소비자 보호, 지속가능한 금융 위한 자산
60대 전업주부 김모씨는 만기된 예금을 재예치하러 갔다가 “금리가 높다”는 금융회사 직원의 말만 듣고 추천 상품에 가입했다. 직원이 이런저런 설명을 했지만 용어가 어려워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당시 김씨가 가입한 상품은 원금 비보장형 투자상품이었다. 김씨는 1년이 지난 뒤에야 이런 사실을 알고 해지하려 했지만 이미 원금 중 상당한 금액이 손실됐다는 말을 듣고 망연자실했다.

대학생 박모씨는 등록금 마련을 고민하던 중 고수익 아르바이트 구인광고를 접하고 면접을 봤다. 회사는 급여 지급에 필요하다며 휴대폰, 모바일 공인인증서, 신분증, 통장사본 등을 요구했다. 얼마 뒤 박씨는 본인 명의로 자신도 모르는 대출이 있음을 알게 됐다. 그는 연체 대출금 상환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다.

이런 유형의 금융피해가 사라지지 않아 금융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2011년 저축은행의 연쇄 영업정지 사태로 인한 저축은행 후순위채 피해와 ‘동양사태’로 불리는 2014년의 동양그룹 기업어음(CP) 및 회사채 불완전판매가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회사가 금융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공정한 금융거래를 통해 이익을 창출한다면 어느 누구도 고수익에 대한 비난이나 비판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 금융회사들은 이익 추구과정에서 금융약자에게 불편부당한 금융거래를 해왔던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불공정한 금융거래로부터 금융약자를 보호하고자 올초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을 했다.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 조직과 인력을 대폭 확대하고 기능을 강화했다. 132명의 인력을 347명으로 늘리고, 금융회사 일선 영업점의 불완전판매 행위를 집중적으로 검사하도록 3개 부서를 신설했다. 또 보이스피싱, 보험사기 등 민생침해 5대 금융악(惡) 척결을 위한 불법금융행위 대응조직을 금융소비자보호처 산하에 두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 조직의 강화는 감독당국의 당연한 책무며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은 금융소비자보호국(CFPB), 영국은 소비자보호원(FCA)을 창설했다.

그러나 일부 금융회사는 이번 금감원의 금융소비자보호처 기능 강화가 또 다른 검사부담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듯하다. 금감원은 금융개혁을 통해 금융회사의 자율과 창의를 기반으로 한 신상품신영역 개척을 지원하고 금융회사에 대한 금융감독 기조를 사전규제에서 사후감독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금융회사에 대한 중복검사 소지를 원천적으로 제거하고, 소비자보호 부문 검사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뉴노멀(new-normal)’로 대표되는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금융환경도 변하고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는 시대적 요청이자 세계적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회사는 금감원의 금융소비자보호처 기능 강화에 대해 규제와 간섭이 아니라 따뜻한 금융, 선진금융 실현을 위한 노력으로 이해하고 스스로도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금융소비자는 자신의 권리를 보호해주는 금융회사를 더욱 신뢰할 것이고, ‘신뢰’는 금융회사의 자산이 돼 수익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김수일 <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