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 CTS가 처음 출시된 건 지난 2002년이다. 당시 1세대 제품이 SF 영화 '매트릭스'의 추격전에 등장하면서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과 성능을 뽐냈다. 더불어 크고 고급스러움으로 대변되던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하면서 두 차례의 세대 교체를 거치는 동안 브랜드 변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적 역할을 맡아오고 있다.

그랬던 CTS가 최근 조용히 변속기를 바꾸고 나타났다. 기존 6단을 8단까지 끌어올린 것. 수입사인 GM코리아는 별도의 신차 알리기에 나서지 않았지만 구매 가망 소비자 위주로 제품력을 알리겠다는 의지다. 제품 역할과 경쟁제품을 고려하면 늦은 감이 크지만 결국 흐름에 합류했다. 그 가운데 뒷바퀴를 굴리는 프리미엄 트림을 시승했다.

[시승]8단이 주는 묘미, 캐딜락 CTS

[시승]8단이 주는 묘미, 캐딜락 CTS

[시승]8단이 주는 묘미, 캐딜락 CTS

▲디자인
외관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대담한 고급감 이른바 '볼드 럭셔리(Bold Luxury)'를 그대로 표현했다. 직선 위주로 구성했지만 투박하지 않고 존재감 강한 인상이다. 전면부는 격자형 그릴을 채택했지만 크롬 도금으로 가로형을 강조했다. 그릴 중앙의 새 엠블럼은 브랜드 상징과 동시에 레이더 커버의 역할도 맡는다. LED를 심은 세로형 헤드램프와 더불어 개성과 정체성을 표현했다.

측면 역시 간결하면서 과감한 선으로 처리했다. 면 굴곡의 기교와 크롬 몰딩 같은 자잘한 요소를 억제한 덕분이다. 후륜구동 기반의 3박스 실루엣과 가파르게 상승선을 그리는 캐릭터 라인을 써 고급 세단의 면모를 갖췄다. 후면부는 과거 캐딜락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간직했다. 오래 전부터 캐딜락의 심볼이었던 세로형 테일램프는 LED로 흐름을 반영했다.

[시승]8단이 주는 묘미, 캐딜락 CTS

[시승]8단이 주는 묘미, 캐딜락 CTS

실내는 검정색을 바탕으로 제트 블랙 카본 파이버 트림을 적용했다. 우드그레인이 고급감을 연출한다면 카본 파이버는 역동성을 드러낸다. 대시보드를 비롯한 실내 곳곳의 조형적인 구성은 어색함이 없다.여기에 가죽, 스웨이드 등의 소재 다양화로 완성도를 높였다.

센터페시아는 캐딜락의 사용자 환경 '큐(CUE)'를 적용했다. 모니터와 함께 터치 방식으로 조작하는 점이 특징이다. 내비게이션의 경우 센서를 통해 터치하지 않아도 간단한 메뉴를 불러들일 수 있다. 에어컨이나 오디오를 설정할 경우 햅틱 기능을 적용해 직관성을 부여했다. 내비게이션의 실시간 교통정보와 목적지 도착 예정 시간은 정확도가 높다.

운전석은 햅틱 기능을 내장했다. 센서를 통해 사고 위험을 감지할 경우 진동을 통해 운전자에게 경고한다. 진동이 큰 덕분(?)에 경고 효과는 상당하다. 연동되는 안전장치는 차로이탈경고 및 차로 유지, 차로 변경 경고, 사각지대 경고, 전방추돌 경고·대비 시스템, 후측방 경고 등이다. 더불어 20가지의 자세를 바꿀 수 있어 체형에 맞게 설정할 수 있다.

뒷좌석은 5m에 육박한 차체 길이와 2.9m가 넘는 휠베이스에 비해 좁게 느껴진다. 뒷바퀴로 구동력을 전달하는 축 때문에 센터터널이 생긴 탓도 있지만 머리 공간이 넉넉지 않다. 그럼에도 5명이 탈 수 있게 설정됐다. 트렁크 용량은 388ℓ로 짐이 꽤 깊게 들어간다.

편의품목은 높이 조절 가능하지만 내비게이션 연동은 안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휴대폰 무선 충전 기능의 시크릿 박스 등을 준비했다. 이번에 추가된 서라운드 비전은 좁은 길을 저속으로 지날 때나 주차 시 자동으로 작동한다. 사방의 카메라로 촬영하는 영상을 모니터에 표시에 큰 차체를 섬세하게 움직일 때 유용한 품목이다.

[시승]8단이 주는 묘미, 캐딜락 CTS

[시승]8단이 주는 묘미, 캐딜락 CTS

[시승]8단이 주는 묘미, 캐딜락 CTS

[시승]8단이 주는 묘미, 캐딜락 CTS

▲성능
새 CTS의 핵심은 연료 효율 향상이다. 변속기의 다단화, 오토 스톱&스타트 신규 적용이 이를 방증한다. 표시 효율은 복합 10.3㎞/ℓ(도심 9.3㎞/ℓ, 고속도로 12.5㎞/ℓ)로 기존 6단 변속기 제품보다 0.3㎞/ℓ 증가했다. 도심과 고속도로를 오간 결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를 보였다. 물론 오토 스탑&스타트 기능도 한 몫 한다.

8단 변속기는 시내에서도 8단을 다 쓸 수 있을 정도로 촘촘한 짜임새다. 그럼에도 저단에서 발생하는 변속 충격은 거슬린다. 변속은 스티어링 휠 뒤편의 마그네슘 패들시프트를 활용할 수 있다. 엔진은 2.0ℓ 터보를 유지했으며, 최고 276마력, 최대 40.7㎏·m의 토크를 발휘한다. 주행모드는 투어, 스포츠, 스노우/아이스 세 가지를 제공한다.

시승차는 캐딜락 전매특허인 리얼타임 댐핑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RC) 대신 스포츠 서스펜션을 장착했다. MRC는 CTS의 세 개 트림 가운데 최상위 AWD에만 장착된다. 그러나 스포츠 서스펜션도 단단하면서 유연한 감쇄력을 보여 부담감이 적다. 이에 따른 고속 주행안정성은 신뢰할 만하다. 소음·진동 유입을 적극 차단한 점도 돋보인다.

제동력을 책임질 브레이크는 브렘보의 4피스톤을 장착했다. 페달이 묵직하긴 하지만 공차중량 1,675㎏의 차체를 적시에 세우는 데 부족함이 없다. 오토 스톱&스타트 개입 시 완전히 부드러운 정지는 어렵다. 이질감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시승]8단이 주는 묘미, 캐딜락 CTS

[시승]8단이 주는 묘미, 캐딜락 CTS

▲총평
고집이 세던 캐딜락이 V8 대배기량 엔진 '노스스타'를 버린 지도 6년의 세월이 지났다. 엔진 크기는 수 차례의 다운사이징 끝에 2.0ℓ 엔진이 주력이 됐다. 흐름에 장사 없는 셈이다. 변속기 역시 다단화를 거치면서 성능, 효율을 개선시켜 왔다. 새 CTS는 그 결과물이다.

더불어 편의·안전품목을 곁들여 제품력 향상 효과를 불렀다. 존재감 확실한 외모에 가격대 가치비를 고려하면 괜찮은 선택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물론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는 넘어야 할 산이다.

가격은 럭셔리 5,530만원, 프리미엄 6,400만원, AWD 프리미엄 7,100만원이다.

[시승]8단이 주는 묘미, 캐딜락 CTS

[시승]8단이 주는 묘미, 캐딜락 CTS

[시승]8단이 주는 묘미, 캐딜락 CTS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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